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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은 치밀했다... 탈주 위해 CCTV 사각지대까지 기억해 그려

입력
2023.07.06 19:31
수정
2023.07.06 23: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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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청 호송통로 외운 뒤 약도 제작

지난해 9월 20일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20일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구치소에 수감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주를 위해 A4용지 27장 분량의 문건을 작성하며 치밀하게 탈주를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작성한 문건에는 검찰청과 법원 청사 호송 통로뿐만 아니라, 호송차 내부 구조까지 꼼꼼하게 그려져 있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6일 "김 전 회장은 법원이나 검찰청 호송 통로를 다 기억해 약도로 기록했다"며 "이외에도 법정에서의 교도관 위치 등 탈주에 필요한 정보들을 머리 속에 담아뒀다가 방에 들어가 연필로 적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을 일일이 문서에 기록하는 등 치밀하게 도주를 계획했다. 호송차 안에서 교도관들이 앉는 위치, 검찰 조사 시 식사시간, 배치된 교도관 숫자, 구치감 비밀번호 등 탈주를 위한 세세한 사항까지 문건에 담았다.

김 전 회장의 계획은 검찰이 지난달 중순쯤 '김 전 회장이 탈주를 준비한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발각됐다. 김 전 회장은 같은 구치소 수감자인 폭력단체 조직원 A씨에게 탈출을 도와주면 20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포섭된 A씨는 탈주 계획이 담긴 문서를 친척 B씨에게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의 누나 김모(51)씨가 A씨의 친척 B씨와 만나 착수금으로 1,000만 원을 건넸으나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당시 검찰로부터 김 전 회장의 탈주 가능성을 고지받은 서울남부구치소는 그가 밖으로 나가서 받아야 하는 조사들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는 김 전 회장이 출석하자 법정에 교도관 등 교정본부 직원 30여명이 배치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어떤 경로를 통해 문서가 구치소 밖으로 나갔는지 수사할 예정"이라며 "도주 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교사 등)를 받는 누나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를 고려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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