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매년 8.7%씩 증가…‘투석’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요독증으로 목숨 위협

입력
2023.07.09 18:00
수정
2023.07.11 10: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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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요독증 등으로 응급 투석을 받아야 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요독증 등으로 응급 투석을 받아야 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만성콩팥병(만성 신부전)은 콩팥이 3개월 이상 손상돼 있거나 콩팥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질병관리청(2019년)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는 9명 중 1명꼴인 데다 환자가 매년 8.7%씩 늘면서 70세 이상에서는 30%가 병에 노출될 정도로 흔한 병이다. 콩팥 손상 정도에 따라 1~5단계로 나뉜다. 콩팥 기능이 15% 이하로 떨어지는 5단계(말기 신부전)라면 투석(透析)이나 콩팥이식 등 신(腎)대체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치료 전문가’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요독증 등으로 인해 응급 투석을 받을 정도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했다.

-만성콩팥병이 왜 발생하는가.

“콩팥은 몸속 노폐물을 걸러내 균형을 이루게 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콩팥에는 모세혈관이 털 뭉치처럼 꼬인 사구체(絲球體·토리)가 100만 개 정도 있다. 사구체는 하루 120~180L의 혈액을 여과해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도록 돕는다.

만성콩팥병 발생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 질환, 다낭신, 혈관 질환, 유전성 콩팥병, 선천적 요로계 기형, 요로 폐쇄, 아밀로이드증, 요로결석 등 다양하다.

만성콩팥병에 걸려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중기 이상으로 병이 악화됐을 때가 많다. 쉽게 피로하며, 집중력이나 식욕이 떨어진다.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지면 눈이나 얼굴 등 신체가 붓기도 하며, 혈뇨를 누거나 오줌에 거품이 생기기도 한다.

증상을 자각하는 단계에서는 콩팥 기능이 이미 크게 떨어졌을 경우가 많아 콩팥 기능을 정기 검사하는 게 좋다. 콩팥 기능은 혈액이나 소변검사로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인 단백뇨 검사,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 검사 등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eGFR 검사는 성별ㆍ나이ㆍ혈중 크레아티닌 농도 등 3가지로 측정하는데, MDRDㆍCKD-EPIㆍCockcroft-Gault 등이 있다.”

-콩팥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는데.

“만성콩팥병은 1~5단계로 나뉠 정도로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초기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콩팥병 원인이 되는 질환을 주로 치료하고, 중기에는 빈혈, 대사질환 등 만성콩팥병이 일으키는 합병증을 관리 치료한다. 말기에는 원인 질환과 합병증 관리로 삶을 유지하기는 힘들고 콩팥 기능을 대체하는 신(腎)대체요법(투석, 콩팥이식)을 진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투석 환자는 11만 명 정도이고 콩팥이식 환자는 2만 명에 달한다.”

-투석과 이식은 어떻게 이뤄지나.

“투석 치료는 크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 나뉜다. 혈액투석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으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하루 4시간씩 주 3회 혈액을 투석하는 것이다. 하루에 투석하는 혈액량은 60L 정도로 콩팥 역할을 대체하기 부족하기에 식이요법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혈관에 주삿바늘을 자주 꽂기에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혈관 접근 수술을 미리 받아야 한다.

반면 복막투석은 환자 자신의 복막(복강 내 위ㆍ간ㆍ대장ㆍ소장ㆍ비장 등을 덮고 있는 비닐처럼 얇은 막)을 이용하는 것으로 복막투석 도관을 미리 삽입하고 이를 통해 매일 2L씩 4회(하루 8L 정도)의 복막투석액을 복강에 주입ㆍ배액하며 노폐물을 제거한다.

장점으로는 별도의 투석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 투석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병원에는 1, 2개월에 한 번 정도만 방문하면 된다. 따라서 복막투석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기 힘들거나 출장ㆍ여행을 가는 환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투석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요독증(尿毒症·uremia)으로 생명을 위협받기에 응급 투석을 시행해야 한다. 응급 투석 비용은 하루 100만 원 정도인데, 합병증이 있다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 2019년 ‘공동 의사 결정(Shared Decision Makingㆍ의사와 환자가 함께 투석 유형을 결정)’ 과정을 거쳤던 만성콩팥병 환자 70명을 조사한 결과, 42% 정도만 응급 투석을 받았고(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환자는 응급 투석이 47% 정도로 5%P 더 많았다), 복막투석하는 환자 비율도 더 높았다. 따라서 환자는 요독증이 나타나기 전에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합한 시기에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처럼 투석을 시행하면 5년 생존율이 80% 정도이지만 콩팥이식을 하면 10년 생존율이 90%가 넘는다. 따라서 말기 신부전 환자라면 콩팥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콩팥 공여자(기증자)를 구했다면 감염이나 종양 등 기본 검진과 함께 공여자와 거부 반응 검사를 시행한다. 콩팥이식을 받은 뒤에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으면서 관리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을 관리하는 방법은.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음식을 삼가야 한다. 국물 등 한국 음식은 대체로 염분이 많이 들어가 있어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쉽기에 음식을 되도록 싱겁게 먹어야 한다. 단백질은 ‘자기의 몸무게x0.6~0.8g’를 섭취하는 게 좋으며, 양질의 단백질 식품(육류, 생선, 달걀, 두부, 우유 등)을 매끼 조금씩 먹는 게 바람직하다.

칼륨이 많이 포함된 과일인 바나나ㆍ망고ㆍ수박ㆍ참외ㆍ토마토ㆍ시금치ㆍ감자 등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칼륨 함량이 적은 복숭아ㆍ배ㆍ사과ㆍ포도 등은 소량 섭취해도 괜찮다. 흡연 및 과음은 하지 말아야 하며, 주 3일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이 밖에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 검사를 받아 콩팥 기능이 잘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처럼 기온이 크게 올라갈 때는 콩팥 기능이 갑자기 나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더운 날씨에는 무리한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고, 갈증이 날 때에는 적당한 물을 마셔야 한다. 아울러 여름철 식중독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위험하므로 조리되지 않은 날 음식은 피하고 어패류는 꼭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먼거리 여행을 한다면 먼저 주치의와 상의해 약물ㆍ주의사항ㆍ응급조치 등을 알아두고, 특히 시차가 생기는 해외여행을 때에는 이를 고려하는 약물 복용법도 숙지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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