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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생아' 대변 단체들, 보호출산제 찬반 엇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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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 사는 30대 A씨는 6년 전 아들을 출산했지만 본인의 주민등록이 말소돼 4년 동안 출생 신고를 하지 못했다. 아이를 입양 보내려고 했지만 이 또한 출생 등록 없이는 불가능했다. '신분'이 없는 아이는 결국 어린이집은커녕 외부 교류 없이 집에서 길러졌는데 뒤늦게 자폐 증상이 발견됐다. A씨는 보호출산제가 있어 아이를 입양 보낼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잘 자랐을 거라며 자책하고 있다.
# 10대 B양은 지난해 딸을 낳았다. 고등학생 딸의 앞날을 걱정한 B양의 어머니는 출산 전부터 아기를 입양 보내려고 시도했다. 출산한 딸에게 손녀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입양을 위한 필수 절차인 출생 신고 단계에서 B양이 양육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결국 어머니의 뜻을 꺾었다. B양은 보호출산제가 일찍 생겼다면 아기를 직접 키우지 못할 뻔했다며 안도하고 있다.
미혼모·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두 시민단체가 6일 한국일보에 각각 제공한 사연이다. 정부가 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보장하고 아이를 책임지는 보호출산제의 부재를 두고 행불행이 갈린 사연 속 두 엄마의 심정은 각 단체의 입장이기도 하다. 위기 임산부와 신생아 보호라는 같은 방향의 가치를 추구하더라도 보호출산제 도입에는 찬반 입장이 뚜렷이 갈리는 셈이다. 우리 사회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미신고 아동' 문제는 양상이 다양해 해법 또한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전국입양가족연대와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등은 이날 국회 앞에서 보호출산제 도입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법과 제도 문제로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7월 임시국회 입법을 촉구했다. 반면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국제아동인권센터 등으로 구성된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전날 출생통보제 도입 환영 성명을 발표하면서 "보호출산제는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아동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단체에 이견이 있는 건 아니다. 아동이 친부모가 누군지 알 권리가 있다는 데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태어난 아이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 익명 출산과 아동의 알 권리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지 등 세부 사안을 두고는 그동안 축적된 현장 경험 등을 들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알 권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갈 권리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신생아 살해나 유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단으로 보호출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리현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는 "아동을 원가정에서 키우는 게 가장 좋지만, 출생 등록도 못 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있는 만큼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보호출산제를 옹호했다.
반면 민영창 국내입양인연대 대표는 "아이의 출생 등록을 꺼리는 것과 아이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지금의 보호출산제 논의 방향에서 벗어나, 아동 생명을 보호하면서 알 권리까지 보장하는 쪽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려던 엄마도 상담을 거쳐 지금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며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살 권리를 박탈당하는 건데,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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