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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증가, 미 긴축... 금리 인상 압력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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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금리인상 압력은 점증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해서 완만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례적인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지만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잡기엔 역부족이라고 시인한 셈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0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5%포인트나 올렸다.
일부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선호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견고)하고, 경제 활동 모멘텀(활성화할 여지)이 예상보다 강하며,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 2%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15개월 만에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긴축 누적 효과와 새로운 정보를 판단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시장은 이번 의사록을 두고 "연준의 금리인상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점도표(연준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최종금리를 점으로 찍은 도표) 공개로, 위원 18명 중 12명이 2회 추가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던 터라 의사록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뉴욕 3대 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은 "미중 갈등 영향"(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자 미국이 강력한 어조로 중국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과 달리 일주일 뒤(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있는 한은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①한·미 금리 차는 유례없는 2%포인트로 벌어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금리 차로 인한 자본 유출보다는 "자칫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국내 물가에 전이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밝혀 왔다.
국내 환경도 여의치 않다. 금리 인상으로 긴축 모드에 들어갔던 ②가계가 다시 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이 보유한 가계대출 잔액은 5월부터 2개월 연속 늘었다. 심지어 1,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올해 초 시장금리가 대폭 하락한 데다 최근 집값 하락세까지 주춤하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심리가 고개를 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원들은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 5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많은 위원이 가계부채를 꼬집으며 "금리인상 효과가 불충분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나라가 주요국보다 이른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가 안정과 더불어 금융불균형(부채가 미래 예상 소득을 뛰어넘는 상태) 해소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5월 국제금융협회)에 달한다.
물가 상승률이 한은 예상대로 하락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성장률을 1.4%로 낮춰, 현재로선 금리인상 명분이 없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집값이 연착륙을 넘어 재이륙하는 지경에 이르면 "3.75%까지 올릴 수 있다"는 한은 엄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존재한다. 한 금통위원은 한은 통화 정책과 정부의 주택시장 연착륙 정책의 엇박자를 우려하며 "정부에 가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관련된 입장을 잘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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