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려견 '몽이'를 7년째 키우면서, 동물자유연대의 이사·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동물법을,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2016년부터 동물단체(이하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몽이를 입양한 후 몽이가 너무 예뻤고, 다른 강아지들에게도 행복을 주고 싶어 단체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원했던 건 유기견들을 산책시키고 견사를 청소하는 일이었지만, 단체가 나에게 원한 건 전혀 달랐다.
처음 단체를 방문했을 때 나에게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그 당시 난 동물보호법을 본 적이 없었고 솔직하게 "전 동물보호법을 잘 모르는데요"라고 답변했다. 그런데도 단체는 법률자문을 요청했고, 실제로 단체의 판단이 옳았다. 단체에 필요한 법률자문은 동물보호법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내가 동물보호법을 공부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단체 활동가들이 나보다도 동물보호법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다).
"주거침입, 불법촬영 및 녹음, 그리고 명예훼손". 뉴스에 나오는 몰카범죄 등 성범죄에 언급될 법한 죄목인데,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자. 주거침입은 사람의 주거 등에 침입하는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형법 제319조). 불법촬영 및 녹음에 대해서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자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정보통신망법 제44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형법 제307조). 요컨대 위 법들은 사람의 주거에 침입하고,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죄목들이 활동가들에게 적용되고 있었다. 활동가들이 제보를 받아 불법 개 도살을 적발하는 과정에서 도살장을 침입하고(주거침입), 도살 현장을 촬영하고(불법촬영 및 녹음),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언론이나 SNS에 공유하는 행위(명예훼손) 등이 문제 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경찰이나 지자체 공무원을 불러서 같이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수사기관은 개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쉽게 출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행법상 도살장에 개를 죽일 수 있는 장비가 있고, 개들이 도살장에 있는 것만으로는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없다. 범인이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인 사실이 입증되어야만 동물학대가 성립한다(이에 더해 개를 죽이려다가 실패한 경우, 즉 미수의 경우에도 동물학대로 처벌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서 현장 포렌식 등을 통해 동물학대 사실을 밝혀낼 수도 있겠지만 고작 동물학대에 그 정도의 수사력을 동원하지는 않는다.
원칙적으로 활동가들이 불법 개 도살장을 덮치면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또는 형법 제21조(정당방위)에 따라 주거침입 등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덮쳤을 때 개를 아직 죽이지 않았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때 활동가들이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라는 복잡한 법리를 적용해서 활동가들이 '제보 등에 따라 동물학대가 있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증명하는 길고 어려운 소송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음 주는 초복이다. 올해 4월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에 따라 개 도살이 동물학대임이 명백해졌음에도 수많은 개가 목을 매달리거나 전기봉에 감전되어 잔인하게 죽임당하여 1근당 8,000원에 팔려 나갈 것이다. 단체는 불법 개 도살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주거침입, 불법촬영 및 명예훼손 혐의가 추가될 것이다. 복날을 대비하는 동물 변호사로서, 활동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공부해야 하고(25년 만에 주거침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변경되어 주거침입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건들이 무죄로 변경되고 있다), 잔인하게 죽은 개들의 사진을 보면서 멘털이 나가지 않도록, 체력을 아끼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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