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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를 비웃는 사회에서 '내 몸'을 찾기 위한 여정

입력
2023.07.07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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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여성인 인권 활동가 박에디의 이야기
신간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의 저자인 박에디(36)씨가 자신의 강아지 온이, 열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저자 제공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의 저자인 박에디(36)씨가 자신의 강아지 온이, 열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저자 제공

지난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제24회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열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혐오세력에 유쾌하게 대응한 성소수자들의 후기가 올라왔다. 혐오세력의 구호였던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함께 외치며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혐오에 주눅 들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하는 방식은 ‘퀴어’라는 단어가 탄생하던 순간부터 계속됐다. '괴상한'이라는 뜻을 가져 성소수자에 대한 멸칭으로 쓰이던 ‘퀴어’를 성소수자들이 수용해 그 자체로 성소수자를 뜻하는 말이 됐으니 말이다.

여기,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기까지 유쾌함을 무기로 삼아온 또 다른 퀴어가 있다. 남성의 몸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별정정을 한 트랜스젠더 박에디(36)씨다. 저자는 자신의 몸을 찾기까지 혼란스러웠던 여정을 고백한다. 학창시절을 남학생으로 살고 군 생활까지 경험했지만 사회에서 겉돌아야 했던 경험은 물론, 군 제대 후 짧은 머리로 트랜스젠더 바에 갔다가 퇴장당하는 등 성소수자 공동체에서 내쳐졌던 경험까지 이어진다.

성확정수술(성전환수술)을 마치고도 혼란의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호주 해변에서 수술 자국에 연고를 바르는 그에게 백인 여성 노인이 다가와 제왕절개 자국이 아니냐며 아는 척을 해오는 식이다. 성별이분법에 기반한 정상사회에서 그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게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저 자랑스럽게 아랫배를 내밀고 바르던 연고를 마저 발랐다. 그의 의연한 대처 방식은 같은 고민을 가진 트랜스젠더들을 위해 책 말미에 남긴 그의 당부와 꼭 닮았다. "다 괜찮습니다. 가슴이 두 개든 세 개든, 다리 사이에 뭐가 있든 없든 그대가 온전해질 수 있는 몸이면 충분합니다."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박에디 지음·창비 발행·252쪽·1만8,000원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박에디 지음·창비 발행·252쪽·1만8,000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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