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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에 외국인 가사노동자 쓰려다...'고용주 가족' 살해 사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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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고용주 가족을 살해한 미얀마 출신 가사노동자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통상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그리고 온갖 착취를 당하기도 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저지른 살인 사건에 ‘고용주 국가’가 철퇴를 내린 셈이다.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일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은 사건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가사노동자의 인권 문제는 물론, 고용주와 노동자 간 폭력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도 없이 오로지 ‘값싼 임금’에만 초점을 맞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미얀마에서 건너온 가사노동자 진마응웨(2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진은 2018년 6월 자신이 일하는 집에서 고용주의 장모인 싱가포르인 A(76)씨를 흉기를 사용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진은 피해자 A씨가 실수를 질책하며 “에이전트(가사서비스 중개업체)로 돌려보내겠다”고 위협하자 그를 부엌에 있던 흉기로 26차례 찔렀다. 이후 도주했으나 범행 당일 경찰에 체포됐다.
싱가포르에서 살인은 사형 집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범죄다. 다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진이 실제로는 17세 미성년자였고, 채용 당시 중개업체 대표가 “(노동 가능 연령인) 23세라고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한 사실 등 정상 참작 사유가 드러나 사형 선고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행해진 골연령(뼈 나이) 검사에서도 ‘17세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법원은 또, 숨진 피해자로부터 평소 학대를 당했다는 진의 진술도 감형 사유로 인정했다. 진은 “A씨는 내가 지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실수할 때마다 손이나 나무·철제 물품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사건 당일에는 달궈진 냄비로 손에 화상을 입히려고도 했다”고 항변했다. 다만 “해리성 장애(다중인격)를 앓고 있다”는 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그간 피해자의 행동을 고용주나 다른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참아냈다”며 “중개업체로 보내져 빚을 진 채 미얀마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상 가사노동자들은 외국인 고용주를 연결해 주는 인력중개업체에 등록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빌리는데, 이를 우려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싱가포르,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등 공식적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받는 나라에서는 노동자가 고용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과도한 업무는 물론 신체 폭행과 폭언, 휴대폰 사용 금지, 여권 압수 등은 예삿일이다. 가혹 행위 끝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을 중의 을'인 탓에 부당 대우를 받아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노동자가 고용인을 폭행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다만 싱가포르의 경우, 아예 없지는 않았다. 2020년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고 막말을 했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노동자(36)가 싱가포르인 고용주(95)를 흉기로 90차례 이상 찔러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6년에도 인도네시아인 가사노동자(25)가 집주인의 한 살배기 아이가 끊임없이 울자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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