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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동체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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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잠시 살던 시절, 한 파티에 초대받아 갔는데 그곳에서 같은 동네 분을 만나서 인사를 했다. 그분이 나에게 환하게 웃으며 "우리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해요!"라고 말하는데, 매우 낯선 느낌이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살면서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크게 관심이 없었고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고 해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커뮤니티의 일원이 무엇인가 충분히 느끼기 전에 짧은 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역사회 또는 커뮤니티란 한 지역의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생활 공동체라고 정의되는데, 도시집중도가 높고 인구이동이 잦은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지에 생활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집은 그저 잠자는 공간이거나 때로는 투자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익명성을 누리는 도시인의 삶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치고, 내가 지역사회의 일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었다. 바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다음이다.
아이가 동네에서 친구를 만나고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 친구들 소식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게 되고, 아이 친구 가족을 포함하여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조금씩 생기게 된다. 올해는 아이 학교의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학부모를 만나고 연락하고, 학교에서 종종 회의를 하며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어려움도 듣게 된다. 학부모회의에서 한 어머니께서 급식노동자의 노동환경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들으며 감동하기도 했고,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통합교육을 하는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을 논의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 노후한 시설 개선도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논의하며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최근 교육을 둘러싼 여러 논란 속에서 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마치 공정한 평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이 평가나 경쟁이 목적인 곳은 아니다. 또 학교가 아이들의 교육만을 위한 곳도 아니고, 선생님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자 지역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학교활동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된다. 학교에서 매일 수많은 노동자와 선생님과 학생들이 관계를 맺고 일을 하고 일상적으로 연대와 소통과 협력을 하고 있으며, 지역에 사는 학부모, 주민들도 이 관계와 공간에 여러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심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건강한 지역사회란 지역 주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소외당하지 않으며 배제되지 않는 사회이고, 아이들은 다름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으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공간이 필요하다. 나와 우리 아이만 잘 사는 것이 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고,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곳에서 우리 아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음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연대하고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될 때 아이들의 삶도, 우리의 삶도 온전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공동체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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