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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카르텔 대응의 원칙

입력
2023.07.05 00:00
26면

핵심 국정과제로 떠오른 카르텔 타파
공급 통제와 구조적 제한으로 양분
상품·서비스에 맞는 유연한 접근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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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영역이나 산업에서 이권(利權) 카르텔 타파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부각하며, 기업들이 담합으로 가격을 높여 독점이익을 획득하는 조직을 뜻하는 카르텔이 관심의 대상이다. 중세 상인이나 수공업자가 영업을 독점하던 '길드(guild)'부터 20세기 초반 독일 산업화의 상징이던 크루프(Krupp) 기업연합, 그리고 1970년대 국제유가 상승을 주도했고 세계 원유시장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까지 모두 일종의 카르텔이었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의 클라인베히터가 카르텔 이론을 체계화할 당시만 해도 그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었고 경제 내에 존재 가능한 기업조직 중 하나 정도로 간주했다. 실제로 영미 계통의 자유시장주의 전통이 아닌, 기업조직에 국가 개입이 강했던 국가주의 성향의 독일 등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카르텔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예를 들어, 독일 나치즘 경제체제의 기업조직 방법 가운데 하나가 카르텔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시장경쟁의 강조와 함께 반독점법률로의 셔먼법(Sherman Act) 제정 이후 카르텔 그리고 시장지배 목적 기업결합 트러스트 등에 대해 본격적인 제한이 시작됐고,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카르텔은 '시장경제의 적'으로 분명히 규정됐다. 심지어 독일도 지금은 반독점규제기관 명칭이 연방카르텔청으로 카르텔 규제가 강력하다. 다만, OPEC처럼 개별국가의 사법 권한이 미치지 않는 국가 간 카르텔은 실질적 제어 방법이 없을 뿐이다.

카르텔 대응의 핵심은 시장 참여자를 늘려 공급이 증가하도록 진입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1970년대 막강하던 OPEC의 힘이 약화하고 국제원유시장이 변화한 배경에는 비(非)OPEC 산유국이 석유공급에 뛰어들면서 다양한 공급 채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셰일가스를 비롯한 원유 대체 공급원 확대도 개별국가 정책엔 미치지 못해도 카르텔 영향력 약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통신이나 은행처럼 산업 성격상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적인 독점시장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카르텔 해체 방식이 아니라 해당 독점구조의 원인에 맞는 맞춤형 대응이 중요하다. 주파수처럼 제한된 공공재를 사용하는 통신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주파수 자원이 한정적이어서 이를 활용해야 하는 통신산업의 기업 숫자를 무작정 증가시킬 수 없는데, 주파수를 부여받은 통신기업이 말단 서비스 공급까지 모두 독점하는 형태라면 공급 증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제한된 자원인 주파수에 대한 중복투자를 막으면서 여러 기업이 다양한 방식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할 수 있는 형태로 산업을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에 기반해 대중으로부터 예금수취 인허가를 부여받은 은행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은행의 숫자를 늘리는 접근은 무분별한 시장진입을 허용, 건전성 악화 문제로 금융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은행이 지나친 독점력으로 예대금리 차이를 높이지 못하도록 감독함으로써 구조적인 독과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해결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원하고 수요 자체가 존재함에도 카르텔 요소에 의해 공급이 제한된다면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도록 진입규제와 장벽을 풀고 가격하락을 유도해 국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이 중요하다. 하지만 제한된 공공재를 사용하거나 무분별한 참여가 오히려 시장 위험을 높이는 경우라면, 단순히 기업이나 시장참여자의 숫자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독점력 행사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도록 산업을 구조화하고 시장참여자 행태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차원의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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