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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위대는 왜 도서관·학교를 불태웠나 "'그사세' 향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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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쏜 총에 알제리계 소년 나엘이 목숨을 잃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거친 시위가 열리고 있다. 건물과 차량이 화염에 휩싸였고 상점들은 약탈당했으며 이달 2일까지 3,000여 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사회가 알면서도 방치한 구조적 차별에 대한 유색인종, 이민자, 빈민 등 약자들의 울분이 폭발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프랑스인들이 자랑한 자유·평등·박애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백인들'만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는 현실을 이번 시위가 폭로했다는 것이다.
나엘은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총격을 당했다. 경찰은 승용차 운전석에 앉은 그에게 총구를 겨눈 채 "머리에 총알이 박힐 것"이라고 협박했고, 그가 검문에 불응하고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발포했다. 이 같은 장면이 담긴 11초짜리 영상이 확산되면서 공권력의 '피부색 차별'이 실존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고 프랑스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인권 시민단체 '권리의 수호자'가 201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흑인 또는 아랍계 남성 청년은 다른 인구집단보다 경찰에 검문을 당할 확률이 최소 20배 높다. 2020년 이후 교통 검문 중 사망한 21명 중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이었다. 북아프리카 출신의 카더르 마조비(47)는 "프랑스 시민권이 있어도 우리는 항상 스스로를 정당화해야 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나엘의 사망은 소외 계층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파리 외곽 도시 낭테르다. 대중교통과 문화시설 등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으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이민자와 저소득자들이 많이 산다. 나엘이 경찰에게 살해당한 것은 정부가 취약 계층을 제재와 감독이 필요한 이방인 혹은 예비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외곽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의 폭력성이 유난히 강했던 이유다.
시위대가 경찰만 공격한 건 아니었다. 소방서, 시청사 등 각 지역의 공공기관들이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가 노린 건 차별을 방조하는 국가 시스템 자체였기 때문이다.
학교와 도서관 등이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이 이번 시위의 주목할 특징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인 동부 메츠의 보흐니에 최근 들어선 도서관은 불에 타 11만 권 이상의 책과 문서가 훼손됐다. 교육 기관은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지역 문화시설의 기능은 문화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시위대는 교육과 문화의 혜택이 주류에게 편중되는 '그들만의 세상'에 불만을 표하기 위해 학교와 도서관을 훼손했다는 분석이 많다. 2005년 이민자 청소년들과 경찰이 충돌한 폭력사태 때도 전국에서 20개 이상의 도서관이 불탔다.
영국 가디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인용해 "프랑스의 빈곤한 동네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다른 선진국에서보다 타고난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작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 참가자 중 청년들이 많은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켄드라(40)는 "청년들은 시위를 '시스템에 대한 전쟁'으로 본다. 그들은 무시와 차별 속에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여긴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와 '깡패'라 부르며 강경 진압 중이다. 그러나 구조적 차별을 해결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외 지역에서 이민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노라 하마디는 "이들은 자유·평등·박애가 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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