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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노림수, 만리경 1호가 아닌 EMP 타격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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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월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켓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북한은 곧바로 발사실패를 인정하며 로켓의 신형 엔진과 연료에 기술적 결함이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주장하는 ‘위성 발사체’와 탄도미사일 핵심기술이 사실상 같아 유엔은 2009년 안보리 결의 1874호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했다. 비행체를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린 다음 탑재된 물체를 분리하는 것까지는 같은데, 여기에 위성이 실렸으면 ‘위성발사체’, 핵무기를 탑재하면 ‘탄도미사일’이 되는 것이다. 우주 궤도에 머무는 것이 목표인 위성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대기권에 재진입해 지상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왜 지금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자체는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5대 목표 중 핵심과제 중의 하나로 정찰위성을 언급했고, 정찰위성 발사를 4월까지 마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 최단기간 내 발사를 공언하고 위성개발 현장을 연이어 지도하며 발사를 서둘렀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시도는 군사적 목적,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이해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과시를 통한 체제 결속, 대미협상의 장기적 포석이라는 다목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첫째, 우리의 중요 군사기지와 우리 군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한 수단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체는 어느 정도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눈 역할을 하는 위성능력은 여전히 초반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발사체와 위성·무인기 등의 정찰수단을 동시에 운용함으로써 완전한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갖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하는 자리에서 “군사정찰위성은 남조선, 일본, 태평양상에서의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을 앞두고 위성발사 성공에 따른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 즉 정찰위성의 성공적 발사를 통해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자축하고, 마무리로 ‘전승절’에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해 국면전환 및 체제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장마철과 한여름은 피해야 하는 데다 지난 5월 25일 우리의 누리호 3호 발사가 이뤄진 후인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의 조급함이 커졌던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판단된다.
발사 실패 원인과 북한의 우주능력 개발 수준은
북한은 로켓에 사용된 신형엔진의 구조적 불안정성과 연료의 불안정성을 실패 원인으로 공식 발표했다. 우리 정부기관은 로켓 발사 실패가 경로문제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존에 쓰지 않던 무리한 경로로 로켓을 발사한 뒤 2단계에서 이를 수정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발사장 등의 상황을 볼 때 우리의 누리호 발사나 한미일 군사훈련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적 준비 없이 서두른 조급함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은 과거 6차례 위성체의 궤도 진입을 시도한 끝에 두 차례 성공했다. 현재 우주 궤도에 있는 북한 위성은 2012년 12월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기이다. 북한은 이 위성들과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기적인 송수신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우주군사령부의 전 세계 위성정보 서비스인 스페이스 트랙(Space track)에서 ‘KMS-4’로 명명된 광명성 4호는 최근 6월 30일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소멸(Decayed status)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위성 능력은 2022년 12월 위성으로 찍은 것으로 주장하는 서울 도심 사진에서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이때 북한이 밝힌 위성의 분해능(해상도)은 20m 수준인데, 이는 폭 20m의 공간을 1화소에 담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 발사된 만리경-1호는 1m 크기에 무게 500㎏, 해상도가 최대 1~3m 이내인 소형 관측위성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 한국 등 선진국 위성의 분해능은 0.5m 수준이고, 미국은 0.3m 수준이다. 정찰위성으로 쓰려면 분해능이 0.5m는 돼야 하는데, 북한이 공개한 수준은 상업용으로 쓰기에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북한은 위성 운용 경험이 없어 분석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북한 정찰위성의 능력을 미국의 1960년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정찰위성 발사를 수차례 시도해 성능을 고도화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대북제재로 인한 자원·기술·인력 부족과 위성으로부터 자료를 전송받는 능력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우리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의 우주개발 기술과 연계한 EMP 능력은 어떤 수준인가
현시점에서 북한의 우주개발 능력은 위성체보다는 ICBM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사체 능력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ICBM 기술도 정밀 유도 및 대기권 재진입이라는 제약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자기펄스(EMP)는 탄도미사일의 정밀 유도를 요하지 않고, 외기권에서 폭발하는 만큼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 즉 핵탄두가 탑재된 발사체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목표물을 공격하기보다는 EMP 효과를 얻기 위해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핵 보복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면서 우리 군의 첨단 전력을 무력화하는 의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고도 핵폭발 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강력한 핵 EMP는 해당 지역의 전력 회로망과 컴퓨터, 통신망 등 거의 모든 전자 장비를 마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전자파를 순식간에 분출한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 대부분이 첨단 전자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자동차, 항공기, 가스, 전기 등 사회 기간 통제망도 상당한 피해를 보기 때문에 국민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핵 EMP 위력은 폭발위력과 거의 선형으로 비례하며, 고도가 높을수록 폭발위력이 크다. 10㎞ 이상 서울 상공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면 서울과 경기권 전체의 전자장비와 통신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 60~70㎞ 고도에서 폭발할 경우 남한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군사적으로 전자장비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해지는 30㎞ 이상 고도에서 EMP 목적의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첨단 전자시스템으로 구축된 한미동맹의 방어기제를 무력화시킴은 물론 우리 사회에 대규모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때 북한군도 피해를 보게 되므로 EMP에 취약한 신형 전력들은 후방으로 배치하고, 영향이 적은 재래식 무기를 전방에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러시아의 EMP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은 상당한 수준의 EMP 공격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 의회 산하 ‘국토안보 EMP 태스크포스’의 피터 프라이 사무총장은 2021년 북한이 초강력 EMP탄과 대포(cannon) 개발을 완성했으며, 미 본토 전체를 공격할 수 있는 초강력 고고도 EMP 공격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초강력 EMP 무기는 소형, 경량, 저위력으로 설계됐으며, 광명성 3-4호 위성 및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한미일 전 지역을 공격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 전 수소탄 모형 공개 시 초강력 EMP 위협을 부각한 바 있다. 올해 3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500m 상공 공중 폭발 시도도 EMP 실험과 관련 있을 것으로 일부 전문가는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향후 움직임 전망
이번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김정은 위원장은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당 8차 대회 결정사항이고 관계 기관을 연이어 현지 지도하며 독려까지 한 상황에서 실패함으로써 전략적 구상이 어긋난 상태다. 북한은 발사 실패 후 ‘위성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진 간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있었으며, 이번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즉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진 이상 점검과 보완에 수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2차 발사도 실패할 경우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많다. 다만 ‘전승절’ 이전에 실패 원인이었던 신형 엔진을 성능이 검증된 기존 ICBM 발사체로 대체해 조기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랜드연구소 방문학자를 다녀왔다. 합참과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를 역임하고 합동참모대학장을 거쳐 합동군사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한국 안보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이 있으며 한미동맹·핵전략·항공우주전략이 주요 연구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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