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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을 만드는 수많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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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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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강매석교공원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강매석교공원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뉴스1

"주변 어른들이 입양한 아이는 크면 배신하고 떠날 거라고 제 부모님께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어릴 때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고, 착한 딸이 돼야 한다고 다짐한 적도 있죠."

공개입양 1세대로 자신을 소개한 최순영(23)씨. 부모님에 대한 비꼼은 물론 칭찬까지도 자신을 향한 압박으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반대로 그 긴장감이 풀렸던 결정적 순간도 또렷이 기억한다.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에 피가 난 자신을 둘러업은 엄마가 지체 없이 병원으로 뛴 그 시간이다. 소아마비 감염 후유증으로 평생 뛰어 보지 못한 엄마를 달리게 한 힘은, 딸인 최씨 자신이었다. 그 사랑은 대물림될 것 같다. 요즘 20대가 그렇듯 최씨도 결혼과 출산을 선택으로 여기지만 입양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 입양이 아니라도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혹은 언니로서 인생을 같이 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설사 '정상가족'이 될 수 없다 해도.

혼인과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을 모범답안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 그 '정상가족' 신화에 질문을 던지는 기획기사 취재차 만난 '비(非)정상가족'인에게 물었다.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여러 답변 중에서 "내 편"이라는 최씨의 간결한 답변이 뇌리에 남았다. 불안을 안고 있던 작은 아이가 엄마의 땀나는 등 위에 엎드려 조건 없는 사랑을 깨닫게 된 일화에 마음이 움직였다. 가족의 핵심을 찌르는 표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각자의 방식으로 '내 편'을 만들어 가는 이들은 그저 평범했다. 서로 화도 내고 부둥켜안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나와 다른 방법을 택한 이들을 향한 불편함 혹은 적개심이 가득해 보였다.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 30대 여성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그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상주인 자신이 가장 의지한 인물은 동거인이지만, 그는 '공식적인' 가족으로 한자리에 서지 못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입양한 여성은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면 안 된다'는 훈수를 들어야 했다. 이름도 성도 모를 사람들이 남긴 댓글에서. 그런가 하면 성소수자들이 공동체를 이뤄 사는 공동주택 인근에는 '쓰레기도 막 버릴 사람들'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가족을 꾸리는 법도 마찬가지다.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별 모양도 달 모양도 될 수 있다. 모양이 다르다고 정서·신체·경제적 측면에서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를 '가족'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혼인신고서와 동일한 유전자만이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요소일까.

혹자는 이런 질문들도 한다. '비혼 출산, 동성애를 장려하는 거냐.' '기존 혼인과 혈연관계를 다 없애자는 것이냐.' 유일한 '정상가족' 답안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족의 형태를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일 뿐이다. 이는 인권의 문제이자 국가 시스템 생존의 문제다. 보수적 가족관은 한국 저출생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고, 미래에 돌봄 문제와도 직결된다. 1차적 돌봄 주체로서 가족이 탄탄해야 사회 전체의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가족' 신화의 해체는 여러모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왔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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