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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여성기자 풋살대회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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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제일 싫어하는 건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꽤 맞는 말이었다. 여성이 있는 자리에서 남성들이 군대와 축구를 화제로 올리는 건 암묵적이거나 적대적인 배제의 사인이었으므로. “너희는 군대랑 축구 둘 다 모르지? 껴 줄 수가 없네.”
더 이상 축구를 모르지 않는 여성기자들이 이달 1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 훈련센터에 모여 신나게 뛰었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1회 여성기자 풋살대회에서다(풋살은 적은 인원이 실내에서 즐길 수 있게 규칙을 개량한 축구로, 남녀 모두를 위한 종목이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언론사 12곳이 출전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972년 이후 ‘기자’ 축구대회를 49번 열었는데, 사실상 남성기자들의 잔치였다. 여성기자에게 허용된 역할의 최대치는 힘찬 응원이었다. 대회 풍경은 ‘기자’와 ‘여기자’가 따로 있는 것처럼 여겨진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분리와 차별이 싫었던 나는 2019년에 축구대회를 차라리 폐지하자는 주장을 행간에 담은 칼럼을 썼(다가 칭찬과 욕을 동시에 들었)다.
나의 해법은 회피적이었으며 게을렀다. 후배 기자들은 달랐다. 여성기자들을 위한 대회를 열 것을 협회에 요구해 관철시켰다. 회사별로 자발적으로 대표팀을 짜서 몇 달 동안 치열하게 훈련했고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축구를 ‘싫어서 안 하는 것’과 ‘기회가 없어서 못 하는 것’은 다르다. 여성기자 풋살대회는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깨웠다. 경기장에 나온 각 회사 남성간부들이 공 차는 여성기자들을 있는 힘껏 응원한 모습 자체가 경천동지이고 상전벽해였다.
축구로 세상에 균열을 내는 또 다른 여성의 사연에 최근 미국 언론들이 주목했다.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한국계 미국 이민자 미셸 강. 그는 지난해 미국 여성프로축구리그의 ‘워싱턴 스피릿’ 구단을 인수했고 올해는 세계 최강 여성축구팀인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을 인수한다. 여성 유색인종이 축구구단주가 된 것도, 여성이 두 개 이상의 축구클럽을 보유하게 되는 것도 최초다. 그는 올해 구단 몇 곳을 더 인수해 글로벌 여성 축구기업으로 키울 예정이다.
강은 축구 팬이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지 리오넬 메시도 몰랐다. ‘왜 축구 기업인가’에 대해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취지로 설명했다. '여성선수를 2류 남성선수로 대우하고 훈련시키는 구태를 고치려면 선수 관리 시스템의 통일과 힘·자금의 집중이 필요하다. 내 투자가 성공한다면 소녀들이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세상이 앞당겨질 것이다. 축구계는 성차별 문화의 압축판이기 때문이다.' 체력보단 재력에 자신 있는 64세 여성으로서 후진 사회에 속칭 ‘돈쭐’을 내겠다는 뜻인 셈이다.
체력도 재력도 보잘것없는 나는 펜의 힘으로 균열을 내 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그건 여성들만을 위한 균열이 아니다. 풋살 경기장처럼 평평하지도, 풋살공처럼 둥글지도 않은 세상에서 약자로 사느라 힘든 모든 이들을 위한 균열이다. 풋살대회장은 더웠다. 폭염 때문만은 아니었다. 젊은 기자들이 만들어낸 균열을 목격하고 거기서 변화가 싹틀 것을 직감한 사람들의 흥분이 열기를 더했다. 사람들은 더워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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