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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격에 10대 소년 사망' 프랑스 시위 격화... 밤새 1300여 명 체포

입력
2023.07.02 09:26
수정
2023.07.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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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사건 발생 후 닷새째 시위
방화·약탈까지… 경찰, 경장갑차 동원

닷새째 시위가 이어진 2일 프랑스 투르쿠앵에서 한 소방관이 자동차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투르쿠앵=로이터 연합뉴스

닷새째 시위가 이어진 2일 프랑스 투르쿠앵에서 한 소방관이 자동차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투르쿠앵=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도망치던 17세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닷새째 격화하고 있다. 곳곳에서 방화·약탈이 잇따르는 등 과격한 양상을 띠면서 하룻밤 새 1,300여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1일(현지시간) 오후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사이 프랑스 전역에서 1,3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폭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군경찰 79명이 다쳤다. 밤새 자동차 1,350대와 건물 234채가 불에 탔고, 2,560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정부는 나엘이 사망한 지난달 27일부터 주로 저녁 시간에 시위가 예고 없이 열리고 방화·약탈 사건으로 이어지자 배치 인력을 늘렸다.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폭력성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과 군경찰 4만5,000명을 프랑스 전역에 배치했고, 경장갑차까지 동원했다.

아울러 오후 9시 이후로는 버스와 트램의 운행을 중단할 것을 지방 당국에 권고했으며, 대형 폭죽과 인화성 액체의 판매를 제한했다. 정부는 보안 조치를 강화하면서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지만, 아찔한 장면은 파리, 리옹, 그르노블, 마르세유 등 전역에서 목격됐다. 폭동 가담자들은 전자제품 매장, 대형 슈퍼마켓, 담배 가게 등을 약탈했고, 거리에 세워진 자동차에 불을 지르거나, 상점 유리창을 깨뜨렸다. 파리에 이어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전날 총기 매장에서 총기 도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낭테르=EPA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낭테르=EPA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3년 만의 독일 국빈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게 프랑스 국내 안보 상황을 고려해 2~4일 독일 방문 일정 연기를 알렸다. '나엘 사망 사건'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전역에서 폭동이 잇따르자 "청소년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오전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7세 소년 나엘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나엘의 유족과 지인들은 이날 오후 나엘이 살던 곳이자 숨진 곳인 낭테르의 한 모스크에서 장례식을 엄수하고 인근 묘지에 안장했다. 장례식은 유족 요청에 따라 언론 등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상태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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