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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동에 애정 식어” 일본 Z세대 유행어 ‘개구리화 현상’이란 [특파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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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코트에서 쟁반을 들고 서성이는 모습을 보고 개구리화됐다.”
“전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해 통과 못 하는 것을 보고 개구리화됐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어색하게 잡는 모습에 개구리화됐다.”
최근 일본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표현인 ‘개구리화 현상’의 사례들이다. 개구리화란 좋아하던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 갑자기 애정이 식어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개구리화는 ‘Z세대’에 대해 연구하는 ‘Z소켄(総研·종합연구소)’이 선정한 ‘상반기 Z세대 유행어’ 1위에 올랐다.
개구리화 현상을 분석하는 일본 웹사이트 ‘개구리화 현상 가이드’가 지난달 16~20일 10~3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의 24.3%, 여성의 38.3%가 각각 ‘개구리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개구리화 현상은 2004년 일본의 심리학자 후지사화 신스케 교수가 ‘내가 좋아하던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됐을 때 갑자기 애정이 식어버리는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로 처음 사용했다. 명칭은 그림동화 ‘개구리 왕자’에서 따왔다고 한다. 동화에선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지만, 개구리화는 반대로 왕자로 생각했던 상대방이 갑자기 개구리처럼 보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반대 현상을 뜻하는 ‘뱀화 현상’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일본의 인플루언서 부부가 만들어 낸 용어로 ‘좋아하는 상대방의 못난 행동조차 좋게 보이는 심리’를 뜻한다. ‘개구리를 잡아먹는 뱀’에서 착안해 이런 이름을 붙였는데 틱톡을 이용하는 젊은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개구리화 현상을 분석한 인터넷 매체나 잡지 기사에선 개구리화 현상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상대방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고백을 받는 순간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식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교육심리학회 논문집에 게재된 개구리화 현상 관련 논문에선 정량 분석 결과 ‘개인적 특성이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와세다대 문학학술원 이시다 미쓰노리 교수는 개인적 특성보다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시다 교수는 ‘J캐스트 뉴스’에 개구리화 현상이 젊은 세대의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친구들이 서로 싸우고 화해하며 더 관계가 끈끈해졌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조금만 잘못해도 관계가 깨지기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이들은 친구 관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면 제외된다는 불안감을 느끼는데, 이것이 연애 관계에도 적용돼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 애정이 식을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나타난 것이 개구리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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