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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장관의 휴대폰 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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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5일 일요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6·25 전쟁 제7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의자에 휴대폰을 놓고 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전화를 걸어보거나 현장을 다시 찾아 샅샅이 뒤진 뒤, 없으면 포기하고 새 휴대폰을 사는 과정을 겪는다.
□ 한 장관의 휴대폰 분실 사건은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보좌진이 경찰에 신고하자, 서울 중부경찰서 서장이 직접 형사들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행사 경호를 위해 대기하다가 복귀했던 형사 당직팀인 강력4팀 형사 여러 명이 다시 현장으로 갔다. 휴대폰은 시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한 장관 품으로 돌아갔다. 보도가 집중되자 중부서는 설명자료를 냈다. “통상 휴대전화가 현장에서 없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당직팀이 출동한다”고 해명했다. ‘점유이탈물횡령죄 적용 가능’, 즉 형사사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중부경찰서의 설명자료를 보고 한두 번 휴대폰 분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나도 경찰에 신고해 볼 걸”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장관이니까 형사가 출동했겠지” 하는 의심을 지울 순 없다. 국민들의 휴대폰 분실 신고에 모두 출동했다간, 경찰이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원래 분실신고는 ‘경찰청 유실물 통합포털’을 통해 등록된 습득물과 비교하는 게 우선이며, 생활안전과 생활질서계 담당이다. 물론 누가 훔쳐간 정황이 높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형사과에서 추적에 나설 수 있다.
□ 한 장관이 법조인이라 일반인이 몰랐던 경찰 활용도를 꿰뚫고 있었다고 봐야 할까. 하지만 남들과 달리 모든 법체계와 공적 인력을 빠짐없이 이용할 때, 법이 마치 그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순신 전 검사가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의 전학을 막기 위해 소송으로 대응한 사건을 두고, 학교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대응하는 걸 딱 보니까 ‘아이고, 이게 프로구나’ 일반인은 생각도 못 할 그런 일들을 쭉 단계 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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