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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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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리고 걸으면 아무리 똑바로 걸으려 해도 커다란 원을 그리며 걷게 된다. 높은 산에서 길을 잃은 등산객이 며칠을 걸어도 고작 수km 떨어진 곳에서 구조되는 이유다. 이런 윤형 방황은 방향감각을 잃어서 발생하는데 우리 정치에서도 선거 때면 같은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섬망을 일으키도록 하는 건 거대 양당 체제다. 선거 이전엔 양당 정치, 진영 정치의 한계와 대안으로 제3지대가 논의되지만 표심은 선거막판 양당으로 복귀하곤 했다. 중도로 놀러 갔던 진보와 보수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 결국 제자리에서 맴맴 하고 도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양당 구조에 도전하는 제3지대에 텐트가 다시 펼쳐지고 있다. 양향자 의원이 신당 한국의희망을 출범시켰고 금태섭 전 의원도 제3지대에 깃발을 세우고 있다. 결은 다르나 정의당도 재창당을 선언하고 노동·녹색의 제3세력과 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총선이 가까워졌다는 신호 그 이상일지, 또 한 번 윤형 방황의 반복일지 아직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제3지대가 돌풍을 일으키며 거대 양당을 위협한 정치사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 격인 JP는 권력 2인자에서 제3지대 정치인으로 살아남은 경우이고, JP에겐 못 미치나 정주영 안철수도 손에 꼽을 수 있다. 탄탄한 지역기반, 유명세라는 공통점은 성공 방정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마저 윤형 방황에 그쳐야 했을 만큼 제3지대 정치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정주영은 YS 보복을 피하지 못했고, 안철수는 포기하고 양당 체제로 들어갔다. 하물며 기반과 인물 체급에서 못 미치는 점에서 지금 꿈틀대는 제3지대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지지기반이 분명하거나 대선후보급 중량감 있는 인물도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양당의 정치 내전이었던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제3지대 존재감은 더 희미해지고 아득해진 상태다.
아무리 회의적이라 해도 제3지대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건 우리 정치의 역설이다. 현실 정치의 벽이 높을수록 새 정치 갈증이 커진 모습은 무당층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에 없이 두꺼워진 이들은 올봄부터 많으면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중도층이 갈 곳이 제3지대밖에 없는 이유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적화증후군에 빠져 선택을 강요하고 갈등을 요구하는 정치가 무엇보다 문제다. 지지층 이탈을 가속화시킬 여야 공천과 리더십 문제, 그리고 향후 불가피할 탄핵의 강과 조국의 강 문제도 남아 있다. 양당 정치가 구현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위기 또한 제3지대를 찾고 있다. 노후빈곤 돌봄 기후위기 지역소멸 청년문제 등의 심각성을 극복하려는 정치적 의제, 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제3지대 성공은 양당이 대변하지 못한 이런 제3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지가 관건이다. 단순히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싫은 사람들이 모여선 그런 소리를 내기 어렵다. 중도가 해법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중도를 위한 정치는 없다. 이는 거대 양당의 대안에 대한 기대를 공백으로 남겨두는 일이다. “길 중간에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양쪽에서 오는 자동차에 치일 위험이 있으니까.” 영국의 영광을 돌려준 마거릿 대처가 중도, 중간을 경멸하며 던진 말이다.
제3지대 정치인들은 기존의 양당 체제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걸맞은 의지와 실력부터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신당을 만들겠다는 정치인들은 행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신당부터 만들고 나서 생각해 보자고 한다면 위성정당처럼 그 실체부터 의심받거나, 총선을 앞둔 기회주의란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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