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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과 음악 천재였던 사교계 황태자… 피부색이 바꾼 운명

입력
2023.07.01 1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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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영화 '슈발리에'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조제프 볼로냐는 연주에서도 작곡에서도 빼어난 재능을 지닌 음악가다. 하지만 그는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조제프 볼로냐는 연주에서도 작곡에서도 빼어난 재능을 지닌 음악가다. 하지만 그는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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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챔피언이다. 작곡과 바이올린 실력이 탁월하다. 외모까지 남다르다. 여왕의 총애를 받고 있기도 하다. 사교계의 황태자로 각광받을 만하다. 아무나 품기 힘든 야심을 가지는 건 당연. 그러나 피부색이 문제다. 시대는 18세기 후반. 장소는 프랑스 파리. 젊은 음악가 조제프 볼로냐(1745~1799ㆍ켈빈 해리슨 주니어)는 계급과 인종과 편견과 맞서야 한다.


①외로운 천재의 분투

볼로냐는 역경을 딛고 프랑스 왕비와 친구가 될 정도로 성공한다. 그는 파리 오페라 지휘자를 꿈꾸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볼로냐는 역경을 딛고 프랑스 왕비와 친구가 될 정도로 성공한다. 그는 파리 오페라 지휘자를 꿈꾸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볼로냐는 프랑스 식민지 과들루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백인 농장주. 어머니는 농장의 노예였다. 아버지는 검은 피부를 지닌 아들의 재능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파리 유명 음악학교에 어린 아들을 유학 보냈다. 하지만 볼로냐를 기다리고 있던 건 냉대와 멸시와 폭력이었다. 그는 천재성으로 역경을 극복했고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ㆍ루시 보인튼) 왕비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왕비의 친구가 된 이후 행보는 거침없었다. 슈발리에라는 기사작위까지 받은 볼로냐를 사람들은 적어도 눈앞에선 차별하지 않았다. 많은 여인들이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볼로냐는 유명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를 망신 줄 정도로 매사 자신만만했다.

②넘을 수 없는 벽

볼로냐는 오페라 제작과 더불어 연모했던 여인과의 사랑을 이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앞에는 거대한 벽이 놓여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볼로냐는 오페라 제작과 더불어 연모했던 여인과의 사랑을 이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앞에는 거대한 벽이 놓여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볼로냐는 ‘파리 오페라’ 지휘자가 되고 싶다.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실력이 충분한 데다 왕비의 지원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적수가 나타난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가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볼로냐는 왕비에게 공정한 경쟁을 부탁하고, 경쟁자와 각자 오페라를 만들어서 평가를 받기로 한다.

볼로냐의 의지대로 상황은 흘러간다. 오랫동안 연모했던 여인과 사랑이 무르익어가기도 한다. 인생의 절정이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에서 검은 피부를 지닌 이에게 사회가 호락호락할 리 없다. 볼로냐는 높고 두꺼우며 단단한 벽을 결국 실감한다.

③그는 어떻게 정체성을 찾았나

볼로냐는 이력의 정점에 다가갈수록 사회가 정한 한계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볼로냐는 이력의 정점에 다가갈수록 사회가 정한 한계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볼로냐의 꿈은 애초 잘못된 것일까. 지배층 백인처럼 산다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볼로냐는 넘거나 깰 수 없는 벽과 부딪히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깨닫는다. 체제에 순응하거나 남부럽지 않은 자리를 얻는다 해도 과달루프 출신 혼혈이라는 그의 정체성과 편견은 변하지 않는다. 볼로냐의 환상과 그가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은 200년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온전히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영화는 음악에서 혁명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로 넘어가며 한 천재의 삶을 돌아본다. 피부색 때문에 현대가 되기 전까지 조명받지 못했던 음악가이자 혁명가였던 볼로냐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역할을 다한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 전야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기도 하다.

뷰+포인트

조제프 볼로냐라는 인물 자체로 흥미를 자극하는 영화다. 그가 온통 백인이었던 18세기 프랑스 음악계에서 빼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권력 중심부에서 활약한 사연이 이채롭다. 볼로냐가 태어난 과들루프는 인구 40만 명이 채 안 되는, 서인도제도 작은 도서군이다. 하지만 티에리 앙리, 릴리앙 튀랑 등 프랑스 축구를 이끈 유명 선수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선 순혈주의를 내세우는 이들이 볼로냐에 결투를 신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인우월주의에 대해 비판하며 인종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에둘러 전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6%, 관객 9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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