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김승민 큐레이터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로 서울, 런던, 뉴욕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며 600명이 넘는 작가들과 24개 도시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 시장의 모든 면을 다루는 칼럼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견인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힘에 대한 인사이더 관점을 모색한다.
지난 칼럼에서 예술 재테크 초보자들에게 아트페어를 통해 미술시장의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추천했었다. 그런데 만약 고미술 작품을 사고 싶거나, 작품의 인프라가 많아 다시 경매장 '리세일(매물)'이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미술품 경매에 친해지길 추천한다. 특히 요즘은 해외 미술품 경매도 온라인으로 작품을 볼 수 있고, 경매 진행도 공개되므로 공부하기 좋다. 경매가 끝나고 난 뒤에는 응찰가격이 공개되므로 과정적 투명성도 보장된다. 응찰가격 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과거 팔렸던 가격은 공공 지식이기 때문이다. 경매가 이뤄진 것과 유사한 작품을 만난다면, 컨디션도 차이가 없을 경우 그전 가격이 다음 판매가의 잣대가 된다.
이렇게 미술품을 공개 경매하는 곳을 옥션하우스라고 한다. 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을 견인하는 양대 옥션하우스는 1744년부터 도서 경매로 시작한 소더비와, 1766년 생긴 크리스티다. 두 회사 모두 도서와 그림, 와인 등의 경매를 취급하는 부서를 내부에 두고 있다. 각 부서에는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있어, 경매될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경매를 부쳐,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할 사람에게 파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경매의 장점은 경쟁이 심할 경우 가격이 폭등할 수 있지만, 거꾸로 '시가'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작품을 소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금 덜 유명한 경매에서 작품을 살 경우, 그만큼 주시하는 이가 적어 경쟁이 낮고, 만족스러운 가격으로 구매에 성공할 수 있다.
이처럼 경매소는 소장자의 소장품을 거래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이를 2차 시장이라고 하며, 갤러리는 구매자 혹은 컬렉터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1차 시장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미술관은 판매를 하지 않기에 '(시장) 마켓'이 아니라 '기관' 혹은 인스티튜션이라고 한다. 나 역시 경력의 초반기에는 소더비 영국 런던경매소에서 근무하면서 경매 과정과 친숙해졌고 자연스럽게 경매를 통해 작품들을 컬렉팅하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시 경험을 되살려 몇 가지 팁을 드린다면, 우선 경매 카탈로그의 중요성이다. 경매 카탈로그에는 모든 작품의 응찰가가 빽빽이 메모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이제 나오지 않는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어떤 게 있는지, 드로잉이나 판화는 어떤 작품들이 거래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일 년 동안은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천천히 해당 분야 경매들을 챙겨보는 기간으로 활용하는 게 더 좋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듯 경매소의 경매 프리뷰 전시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챙겨 보며 응찰액까지 확인하기 바란다. 이러한 미술 작품의 유통 경로를 이해한 후 아트페어나 경매시장에 나서면 작품과 그 가격의 실체가 차츰 눈에 들어오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느 나라 경매소에 어떻게 접근할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경매소도 잘하는 분야와 시장의 크기 등이 모두 다르다.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한다면 당연히 한국 경매소에서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 경매소에서는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많고, 유럽의 올드 마스터(12~17세기 작품들) 대작인 경우, 런던 경매소에서 거래된다. 올드 마스터의 경우 전문가, 학자 및 관련 기관이 모여 진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유럽 미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런던이 중심이 된다.
일례로 최근 루벤스의 300년 전 사라진 대작이 소더비 런던 경매에 나온다는 뉴스가 떴다. 현재 소장자는 2008년 미국 미주리의 작은 경매에서 4만 달러에 이 작품을 구입했었다. 그때는 원작자 이름은 달랐는데 여러 리서치와 X선 판별로 원작자가 바로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작가인 루벤스임이 밝혀지면서 대박을 치게 된 셈이다. 2002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올여름 경매에 나올 루벤스의 작품 '두 천사가 보살피는 성 세바스찬'은 경매가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임에 분명하다. 미국 작은 경매에서 한국 조선백자를 우연히 만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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