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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슘 우럭과 위험회피 본능

입력
2023.06.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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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 기준치를 초과한 세슘이 검출됐다. 일본 수산해양연구센터 제공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 기준치를 초과한 세슘이 검출됐다. 일본 수산해양연구센터 제공

“그걸 먹었더라도 0.01밀리시버트(m㏜) 정도 받게 됩니다. 그런 우럭을 두 번 먹겠습니까, 세 번 먹겠습니까.”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지난 26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앞바다 우럭에서 과도한 세슘이 검출되자, 먹어도 안전하다며 한 발언이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우영택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은 “식약처가 정한 세슘 안전 기준은 100베크렐(㏃)입니다. 그 기준의 180배를 넘었다면 먹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합니다”라고 답했다. 둘 중 어떤 발언이 괴담일까.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해지자, 우리 국민들은 해산물 소비를 꺼리는 등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방류를 사실상 용인하려는 우리 정부는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 원자력 전문가를 동원해 각종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인간의 위험회피 본능은 과학적 팩트 정도로는 바꾸기 힘든 강력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험회피 본능이 강력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한 보상이 훨씬 크다면 마음을 되돌릴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과 에이머스 트버스키는 어느 정도 보상해야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려 마음을 바꾸는지를 연구했다. 이들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해, 이득을 볼 가능성이 손실 가능성보다 1.5~2.5배 더 커야 위험을 감수하려 나선다. 그런데 이건 손실 회복이 가능한 투자의 세계이고, 자칫 암이나 유전자 변형의 위험성이 있는 방사능 오염이라면 보상이 훨씬 커야 할 것이다.

□국민의 안심은 결코 방사능 수치로 얻을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영택 식약처 국장의 소신 발언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일본 내에서도 과연 ‘해양 방류가 최선의 방법이냐’는 반론이 계속되고 있다. 증발 후 대기 방출, 고체화 후 지하 매설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고위 관료가 “해양 방류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며 재론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일본 정부 결정을 두둔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괴담이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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