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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세대 부양하다 인생 끝날라" 막막한 절반세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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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 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인구 감소요? 어른들은 경쟁이 줄어 축복이라고 할지 몰라도, 젊은 세대 입장에선 재앙이죠. 돈 버는 사람은 확 줄었는데, 돈 쓰는 고령 인구만 늘고 있으니까요. 윗세대 부양하다 인생 끝나는 건 아닌지…"
공공기관에 다니는 강지연(가명·19)씨
고교 졸업 후 곧장 공공기관에 취업한 강지연(가명·19)씨는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위기를 또래보다 일찍 체감하고 있다. 입사 때부터 직장 선배들로부터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재정 파탄 우려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 보니, 인구 감소가 초래할 재앙적 상황이 머릿속에 입력돼 버렸다. 강씨는 "남의 노후 책임지느라 내 노년은 막막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부모세대(1970년생 100만 명)보다 정확히 반 토막 줄어든 절반세대(2002년생 49만 명)에게 '쪼그라드는 대한민국'은 디스토피아다. 한국일보가 창간 69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와 실시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변화 인식조사'에서 절반세대 10명 중 9명은 저출생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인구 감소가 내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답변도 70%를 넘었다.
절반세대는 고령 인구 부양에 따른 세금 부담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소득과 지역 격차 심화 △좋은 일자리 감소 △정치적 발언권 약화 등이 뒤를 이었다. 본보가 절반세대 20명과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내 돈(연금)을 고스란히 빼앗길 생각을 하니 박탈감이 든다" "고도 성장기에 마음껏 누려놓고, 취업도 어려운 젊은 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기성세대를 향한 신랄한 성토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위기의 본질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성세대와 그 힘에 떠밀려 갈수록 빈곤화·주변화되는 청년들 간의 세대 갈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이 분노하는 원인에 대해 "기성세대에 유리한 시스템은 고수하면서 무조건 아이만 낳으라고 하니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절반세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비혼·비출산을 결심한 대학생 이선주(가명·21)씨는 "결혼과 출산을 보이콧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은 살펴보지 않고 젊은 세대가 이기적이라고 비판만 해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절반세대는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발상만으로 인구 감소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강조한다. '다운사이징 된' 대한민국 인구 규모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재구조화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에 '절반쇼크가 온다' 기획을 마무리하며, 절반세대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4가지 키워드로 △다양성 존중 △차별 해소 △과밀 해소 △경쟁 완화를 뽑아 봤다.
한국일보가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절반세대는 외국인 이민 문호를 넓히는데 윗세대보다 열린 마음을 드러냈고, 남녀를 불문하고 성 평등 인식도 확고했다. 무한 경쟁의 온상인 수도권을 벗어나 살고 싶다는 의지가 높았고, 승자독식 구조의 입시 서열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살 만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이선주씨) 절반세대는 한국 사회가 기존의 낡은 틀을 뜯어고치지 못한다면, 행복도 미래도 없다고 단언한다. 그들의 다급한 외침에 대한민국은 '격차와 차별 없이, 각자의 다양한 삶이 있는 그대로 존중되는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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