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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지자체가 뿌린 출산장려금 5700억... 효과 없는 출혈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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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주말에 문 여는 소아과가 없어 차로 1시간 거리인 목포까지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했죠.”
출산을 앞두고 전남 강진군으로 이사하려던 A씨는 “출산장려금 혜택이 너무 좋지만 매매할 집을 구하는 것도 힘들어 전입 생각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부족한 육아 시설과 주택 수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약 37%인 ‘인구소멸 고위험지역’ 강진군이 지난해 10월 지원 규모와 기간 모두 전국 최고 수준인 출산지원책을 내걸자 지역사회가 들썩였다. "자녀가 7세가 될 때까지 매달 60만 원씩 총 5,04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사를 주저한 A씨 사례처럼 강진군의 파격 실험이 씁쓸하게 끝날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육아 인프라(기반시설)’ 구축이 없는 한 꽃(장려금)이 화려해도 열매(인구 증가)를 맺지 못할 공산이 커서다. 이미 인근 ‘해남의 기적’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전남 해남군의 출산장려 정책은 ‘저출산 해결 모범 사례’로 꼽혔다. 200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출산장려팀을 만든 해남군은 2012년부터 당시 최고 수준인 출산장려금을 내걸었다. 첫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 원(기존 50만 원), 둘째 350만 원, 셋째 600만 원, 넷째 이상은 720만 원을 지급한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011년 1.524명이던 출산율은 이듬해 2.47명으로 뛰었다. 이후 2018년까지 7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중 출산율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성적표는 초라하다. 1명대마저 무너질까 걱정하는 처지(지난해 출산율 1.04명)가 됐다. 출산장려금을 받고 정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12년부터 3년간 출산장려금을 받은 가구 중 26%가 해남을 떠났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정주 여건 개선이 없는 출산장려금은 효과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지자체 출산지원 정책의 효과 분석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가 지적하는 바도 비슷하다. 같은 100만 원이어도 출산장려금으로 주면 출산율 증가 효과(0.03명)가 미미하지만, 아동 1인당 인프라 개선 예산으로 쓸 경우엔 출산율이 0.098명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육아 관련 시설은 해당 가구가 지역에 거주한 만큼 누릴 수 있고, 지자체 인프라 형성에도 도움이 돼 더욱 효과적이란 얘기다.
하지만 당장의 출산율 높이기에 급급한 지자체는 역주행 중이다. 지난해 지자체가 출산지원금으로 뿌린 돈은 5,735억 원에 달한다. 그중 광역지자체 예산은 직전 연도보다 52.4% 뛰었다.
이 같은 출혈경쟁은 정작 예산 확대가 필요한 곳의 지원을 막고, 가뜩이나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첫째 500만 원, 둘째 1,200만 원 등 화끈한 지원으로 해남군을 제치고 2019년부터 4년 연속 출산율 전국 1위를 차지한 전남 영광군의 재정자립도는 12.9%다. 강진군의 재정자립도는 7.8%에 불과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몇 백만 원씩 돈을 뿌리는 건 가장 손쉬운 행정편의주의 방식”이라며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개발 등을 통해 인구구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1부 인구 충격 진앙지, 절반세대
①소멸은 시작됐다
②2038 대한민국 예측 시나리오
③절반세대 연애·결혼·출산 리포트
④절반세대 탄생의 기원
제2부 무너진 시스템 다시 짜자
①가족의 재구성
②직장의 재구성
③이주의 재구성
④병역의 재구성
⑤교육의 재구성
⑥연금의 재구성
제3부 절반세대가 행복한 세상
①저출산 대책 난맥상
②한국사회 전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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