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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남편이 꿈이지만 육아휴직 쓰긴 무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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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 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남자 가정주부요? 제 꿈이죠. 요리도 좋아하고 집안일도 잘하거든요. 부인한테 삼시 세끼 도시락도 만들어줄 수 있어요."
직장인 박용한(24·가명)씨
대학 재학 중 취직한 직장인 박용한(24·가명)씨는 '부인이 돈을 잘 벌면 가사를 전담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반색하며 말했다.
하지만 맞벌이로 자녀가 생겼을 때 육아휴직을 쓸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멈칫했다. "남자도 육아휴직 쓰면 직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육아휴직 후 적응 못 해 퇴사한 남자 선배도 봤어요. 높은 분들은 여전히 '남자가 뭔 육아냐'고 말하고요."
2000년대생인 '절반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성 평등 의식이 높다. '남성 부양·여성 가사노동'이란 이분법적 성 역할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히 크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와 2001~2004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절반세대 인식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생계 부양 책임은 주로 남성에게 있다' '부부가 분담해도 가사와 자녀 돌봄 책임은 주로 여성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여성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절반세대 남성은 넷 중 한 명꼴로 '맞벌이를 해도 부양 책임은 주로 남성에게 있다'고 답했고, 6명 중 1명은 '분담해도 가사나 육아 책임은 주로 여성에 있다'고 봤다. 남성이 여성보다 '전통적 성 역할'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긴 하지만, 절반세대 남녀 대부분은 성별에 따라 역할이 정해져 있다고 보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절반세대 20명은 "성별과 무관하게 부부의 성향과 사정에 따라 잘하는 걸 하면 된다" "여성 부양자나 육아하는 아빠처럼 다양한 역할 분담이 생기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봉보다 워라밸을 기준으로 직장을 고르겠다는 대학생 권형민(19·가명)씨는 "아버지가 2교대에 주말 근무로 고생했지만, 어린 시절 함께한 추억이 없어 지금도 서로 불편해한다"며 "결혼하면 아이와 정서적인 교감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절반세대에게 '맞벌이'와 '공동 육아'는 기본값이지만, 현실 속 제도와 환경은 한참 뒤처져 있다. 이들이 괴리를 느끼며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인터뷰에 응한 20대 초반 청년들은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으면 회사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 "남성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으며, "육아를 위해 많은 걸 포기하거나 육아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현 상황은 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①사회적 돌봄 시설 확대와 ②일·가정 양립 및 성 평등 돌봄 참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출산율 하락으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자 연방상공회의소(경제단체)가 가족친화 경영 정책을 추진했다. 돌봄 체계 확대와 아빠의 돌봄 참여 확대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하지만,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은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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