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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한전 사장은 진짜 '전문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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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숙제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솔로몬이 와도 풀까 말까인데 말이죠."
국내 에너지 업계의 한 인사는 언론에 오르내리는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 사장 후보들의 면면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그가 말한 숙제는 한전이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낸 44조7,000억 원의 적자 해소. 숫자만으로도 엄청나지만 그 여파도 꽤나 크다. 한전 지분 32.9%를 가진 국책은행 KDB산업은행의 재무 건전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20년 4분기 말 15.96%에서 올해 1분기(1~3월) 13.11%로 2.85%포인트 떨어졌다. 2000년 이후 최악이다. 산은은 이 중 한전의 손실 때문에 1.95%포인트가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은행의 위험 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가리키는 BIS 비율은 재무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는데, 시중은행이 15~18%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은은 위태롭다. 급한 불을 끄려고 정부 재정 수조 원을 투입하지만 한전 적자가 계속되면 산은은 추가 하락을 걱정해야 한다.
한전이 비상 경영을 선언하며 알짜배기 건물을 내다팔고, 3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는 등 25조7,000억 원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지만 적자 눈덩이가 커지는 속도만 늦출 뿐이다. 게다가 반발하는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결국 전기요금을 더 올리고 나아가 한전이 전력을 사 오는 가격보다 파는 가격이 싼 역마진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 또한 녹록지 않다. 실제 올 들어 전기요금은 1월에 kWh당 13.1원, 5월에 8.0원 등 21.1원 올랐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적자를 없애려면 올해 51.6원은 인상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게다가 3분기에는 아예 올리지 않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2분기 인상 결정을 한 달 넘게 끌면서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국민 부담을 감안하면"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말처럼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니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더 어려울지 모른다.
문제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받을 영향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전 적자 증가→정부 곳간 축소→국민 부담 증가'의 악순환도 무시할 수 없으니 조삼모사(朝三暮四)나 다름없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최근 "각고의 노력으로 금감원의 BIS 비율 권고치인 13%를 넘기고 있지만 더 낮아질 경우 국제 금융 시장에서 산은을 어떻게 볼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걱정했다.
이 때문에 다음 한전 사장은 정부·여당 눈치 보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설득할 논리와 실력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실현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필요한 자리에 쓰겠다고 밝힌 '전문가'다. 대선 때 공 세운 누군가에게 빚 갚기로 쓸 자리가 아니다. 그랬다간 한전, 정부 나아가 국민들이 갚아야 할 빚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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