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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주식투자 배우고 싶은데... 가계부 쓰기만 반복"[경제문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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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복지를 위해 충분한 경제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오래전 형성됐지만, 아직까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경제교육이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2009년 '경제교육지원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교육센터가 소외계층 등 지역주민에 대한 경제교육을 실시하도록(9조 3항) 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전국 15곳에 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수요만큼의 교육 진행이 곤란해 경제교육 만족도 저하로 귀결"된다는 게 기재부가 지난해 '경제교육실태조사'를 통해 내린 자체 평가다. 센터 평균 교육 신청 인원의 67.4%만 수용 가능(2021년)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일단 기재부는 인천과 세종에 센터를 신설하고, 협력의지가 있는 민간기관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교육 내용이 '경제일반'(80건)이나 '소비·지출 관리'(94건)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위 조사 결과 전체 취약계층을 통틀어 '가계·채무관리'와 '위험관리' 교육은 각각 1건, 3건에 불과했다. 대상도 지역아동센터나 장애인에 한정돼 있었고, 대부분 1회성 교육에 불과했다.
실수요와의 괴리에 수강생들이 "형식적"이라는 불만을 품는 건 당연지사다. 취약계층마다 경험하는 상황이 다를뿐더러, 계층 내에서도 개개인의 니즈(needs·욕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취약계층 대상 경제교육 현황 및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은 국내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행 시스템', '저축 문화'에서 '자녀교육', '부동산', 주식투자' 등 국내 장년층과 유사한 관심사로 옮아갔다. 그러나 교육 내용은 여전히 가계부 작성, 은행 업무, 자녀 용돈 관리에 머물렀다.
자활근로사업 참여자는 저소득층이라는 공통점을 빼고는 사회적 배경이 다양해 문해력과 경험의 편차가 컸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거나 너무 깊이가 없다", "수박 겉핥기식이고 똑같은 내용의 반복이다"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20대 참여자의 경우 "적금 정보를 얻고 싶었는데, 70·80대 노후 준비 이야기도 해서 내가 들어도 되나 싶어 당황했다"고 한다.
"각자 직면하고 있는 문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실생활과 유리되지 않는 교육을 제공하려면,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KDI 제언이다.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미혼모에게는 지출·부채를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방법과 주거·진로 교육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자립준비청년은 통장을 만드는 등 직접 돈을 관리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아동·청소년기부터 각 시기에 맞는 소비 습관을 기르고, 자립 이후엔 졸업·취업·실업의 경제적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촘촘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① [르포] “선생님, ‘역세권’이 뭔가요?” 북에서 온 수강생이 물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62810170004783
② "부동산·주식투자 배우고 싶은데... 가계부 쓰기만 반복"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62615090002174
③ [인터뷰] "학교도 사회도... 실생활 욕구 채워 줄 경제교육이 없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6271504000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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