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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세대 87% "망국적 K경쟁이 출산 결정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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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같은 반 친구랑 함께 지원했는데, 친구는 최종면접에서 합격했고 저는 떨어졌어요. 절친한 친구였는데 경쟁심이 지나쳐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했어요.”
특성화고 출신 직장인 박예은씨 (20ㆍ가명)
청년들이 인식하는 한국 사회의 경쟁은 어느 정도나 심각할까.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991~1994년 출생자 500명과 '절반세대'로 일컬어지는 2001~2004년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생·고령 인구변화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0% 이상이 한국 사회를 경쟁이 치열한 사회로 인식했다.
경쟁 사회의 단면은 입시와 사교육을 통해 드러난다. 설문에 응한 절반세대 10명 중 9명은 ‘한국의 입시 경쟁이 심하다'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경기 안양 출신의 권형민(19)씨는 “고등학생 때 한 달 사교육비로 40만 원 정도 지출했는데, 자사고·특목고 출신들은 100만 원 이상이 기본이라고 말해 놀랐다”고 전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은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절반세대의 87%는 '입시 경쟁 및 사교육 부담이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송윤지(23)씨는 "부모님이랑 성적 때문에 많이 싸워서 학창 시절이 행복하지 않았다"며 "내 아이에게는 그런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출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국토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주택 가격보다 합계출산율에 2배가량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경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절반세대 4명 중 3명은 '경쟁은 개인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다만 절반세대 20명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대학만이 정답이라고 부추기는 입시 문화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혼까지 갈아 넣는 입시 경쟁에 부담을 느껴 특성화고에 진학한 최연수(22)씨는 한때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고 한다. 고졸 전형으로 공공기관에 취업한 그는 “대학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불필요한 경쟁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처럼 고교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 박하영(26)씨는 "전공이 나랑 안 맞는다는 걸 대학 다니면서 알게 됐다"며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을 지양하고 다양한 길이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경쟁이 공정함의 척도라고 인식하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문제의식이 매우 강하다"며 "한 곳만 바라보는 획일적인 경쟁 시스템보다는 '나답게' 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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