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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거슬렸던 두 천재, '밥그릇' 걸리자 강 건넜다... 머스크·저커버그 '현피'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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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술 흐름을 바꾼 실리콘밸리 거물이자, 이제는 업계 라이벌인 두 사람이 철창 싸움을 벌이겠다며 연일 으르렁거리고 있다.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다.
최근 두 CEO 모두와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는 데이나 화이트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 회장은 "두 사람 모두 (대결에) 진지하다"며 "이건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설마 싶었던 세기의 '현피'(온라인상 싸움이 현실 세계의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가 진짜로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미 대결의 흥행 수입이 10억 달러(약 1조3,020억 원)를 넘길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어쩌다 두 사람은 육탄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사이가 됐나. 실리콘밸리에선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들이 '같은 밥그릇'을 놓고 다투게 되면서 마침내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피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 21일(현지시간)이었다.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 격인 텍스트 기반 SNS '스레드'(Threads)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머스크는 "한 판 붙자"는 트위터 글을 올려 저커버그를 도발했다. 저커버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위치를 보내라"라며 당장이라도 쫓아갈 듯 맞받아쳤다. 머스크도 이에 지지 않고 "철창 싸움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을 대결 장소로 지목했다. UFC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UFC로 붙어보자는 뜻이었다.
두 사람 간 갈등은 사실 역사가 길다. 이전에도 별로 좋진 않았다고 알려진 둘의 사이는 2016년 불의의 악재를 계기로 악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해 5월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로켓이 플로리다주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하필이면 여기에 페이스북의 인공위성이 탑재돼 있었다. 폭발 사고가 없었다면 이 인공위성은 이틀 뒤 우주로 날아가 아프리카에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는 데 이용됐을 것이다. '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건 저커버그의 오랜 꿈으로, 머스크의 로켓 폭발과 함께 그의 꿈도 물거품이 된 셈이었다.
이후 둘은 공개적으로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2017년엔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두고 SNS에서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됐다. 이듬해 페이스북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페이스북 계정 삭제 운동이 번지자, 머스크도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계정을 없애며 동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기차나 로켓 같은 것을 개발하는 데 거금을 투자해 온 머스크는 평소 저커버그가 '너무 많은 돈을 쉽게 번다'는 불만이 상당했다고 한다.
그런 두 사람 사이는 지난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또다시 변화를 맞았다. 그래도 이전까지는 서로의 활동 영역이 달랐는데, 이제는 한정된 온라인 광고 시장을 놓고 싸워야 하는 진짜 라이벌이 된 것이다.
머스크의 평소 성향이 호전적이란 점을 감안해도, 실제 몸싸움 가능성으로까지 확전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메타의 스레드 출시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테크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SNS 시장 최강자인 메타가 트위터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기존 트위터 이용자와 광고주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테크업계에선 머스크가 지난해에도 "애플과의 전쟁" 선포 며칠 만에 팀 쿡 애플 CEO와 화해한 점 등으로 미뤄, 싸움이 더 심각해지진 않을 것이란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비즈니스 거물이 실제로 링에서 만나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는 둘 사이 비즈니스 경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신경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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