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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아들 때려 숨지게 한 삼촌과 엄마...일본 사회는 무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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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밤 일본 고베시 다루미구의 주택가. 휠체어를 탄 여성이 바닥에 떨어진 페트병을 주우려다가 넘어졌다. 지나가던 남성이 여성을 일으켰다. 여성의 눈가엔 멍 자국이 있었다. 여성은 “괜찮다”고 했지만 남성은 걱정돼 경찰에 신고했다.
57세인 이 여성은 함께 사는 자녀 4명에게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을 당하고 여러 차례 벽장에 감금되기도 했다면서 자녀들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2일 고베시 니시구의 집에서 장녀 호사카 사키(35)를 비롯한 3녀 1남의 남매를 감금 및 상해 혐의로 체포했다.
수사 과정에서 남매가 저지른 존속상해 범죄가 드러났다. 집 인근 방범 카메라에는 4남매가 지난 19일 모자가 달린 점퍼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영상이 남아 있었다. 자백을 받아 가방을 버린 곳을 찾아 간 경찰은 풀숲에 놓인 가방 안에서 죽은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호사카의 아들 나오(6)였다. 아이의 등은 멍투성이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성 쇼크’. 반복적 폭행 때문에 사망했다는 뜻이었다.
따로 살았던 호사카의 남동생이 집에 들어온 몇 개월 전부터 집에서 큰 소리가 났고, 그 이후로 나오가 보육원에 자주 결석하게 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어머니에 대한 폭행도 그때부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오를 구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이웃들은 나오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고, 호사카가 나오의 허리를 밧줄로 묶어 끌고 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수상하다고 느꼈지만 신고한 사람은 없었다. 한 이웃은 “때때로 새벽에 벽을 콩콩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이가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지난 4월 보육원 교사가 나오의 몸에서 멍을 발견하고 구청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구청 직원은 이달 초까지 네 차례 가정을 방문했으나 나오를 만난 건 한 번뿐이었다. 아이에게 폭행 흔적이 있으면 '부모 동의 없는 강제 보호 조치'가 가능하지만 구청 직원은 그런 흔적을 보지 못했다. 가족들은 “우리가 돌보겠다”고 우겼다.
4남매 역시 어린 시절 학대의 피해자였다. 당시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았는데, "바보", "쓰레기" 같은 말을 어머니에게 들었다. 초등학교 동문인 한 여성은 "어릴 때 호사카는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고 다녔다. '어머니가 담배로 피부를 지지고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고 쇠파이프로 때리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가난하고 성적도 나빴던 남매는 친구가 없어 자기들끼리만 어울렸다.
일부 일본 언론은 ‘학대의 대물림’으로 발생한 사건일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이웃과 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면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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