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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삼성 잡겠다” 선언, 반도체 전쟁 대비돼 있나

입력
2023.06.24 04:30
23면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 오코틸로 캠퍼스에 로고가 새겨진 간판이 놓여있다. 챈들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 오코틸로 캠퍼스에 로고가 새겨진 간판이 놓여있다. 챈들러=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내년 세계 2위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파운드리 분야는 대만 TSMC가 부동의 1위이며 삼성전자가 2위로 추격하고 있어서, 사실상 삼성을 추월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분야 최대기업이지만 성장성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으며 업황과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시켜 자사 타 사업부 주문 물량도 매출로 잡히도록 회계를 변경하면, 내부 거래만으로도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텔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CPU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미국 ARM과 동맹을 맺고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전 세계 PC 시장을 석권했던 ‘윈ㆍ텔’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야심이다. 최근 인텔의 활발한 움직임은 미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확대 정책의 도움이 크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전략은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수년 전에 구사했던 전략과 흡사하다. 삼성은 2017년부터 파운드리를 별도 사업부로 운영해 타 사업부 주문을 매출 실적으로 따로 잡아 외형을 키우면서,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과도 협력했다. 이를 통해 TSMC를 추격했지만, 최근 다시 간격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파운드리 분야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은 12.4%로 하락한 반면 TSMC는 60.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애플 퀄컴 등이 삼성전자에서 TSMC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신생 업체도 기시다 정부의 지원 속에 파운드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를 석권했던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 성장한 중국 기업에 밀려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 반도체 시장도 개별 기업 경쟁보다는 국가 대항전으로 변하고 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이 국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제때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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