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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수복한 주인 없는 땅... "우리가 2조 원어치 '발굴'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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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끝난 지가 70년이 됐지만, 아직도 등기 안 된 땅이 수두룩합니다. 주인 잃은 땅, 어떻게 보면 이것도 전쟁고아, 이산가족이죠.”
전쟁을 떠올리는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은 다르겠지만, 수복지역(38도선 이북에 있다가 휴전협정 이후 한국에 편입된 땅)의 주인 없는 땅을 정리하면서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등기상 주인이 없는 '무주부동산'을 찾아 제 주인 또는 국가의 소유로 되돌려 놓는 조달청 국유재산기획과 공무원들이 주인공이다.
경기 파주·포천시와 연천군,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등 휴전선 접경지의 무주부동산은 전쟁이 없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상처다. 왕정미(51) 국유재산기획과장은 “전쟁 때 땅 주인이 사망하거나, 이북으로 가면서 사실상 소유권을 주장할 사람이 없어 공중에 뜬 부동산이 있다”며 “출생신고가 안 된 사람에게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처럼, 등기가 안 돼 활용되지 못하는 땅에 이름을 붙이고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우리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말로는 이해가 가지만, 작업의 과정은 지난하다. 전쟁 때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이 불에 타면서 토지대장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정부가 지역 전체를 측량해서 토지대장을 만든다(토지 복구). 이후 공고 등을 통해 소유자를 찾고(소유자 복구), 그들이 제출한 문서 등으로 소유사실 확인에 들어간다. 소유자로 입증되면 이전 등기를 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때엔 ‘소유자 미복구 부동산’으로 분류, 국유화 절차를 밟아 나라 재산에 편입시킨다. 2015년부터 이 일을 해온 송윤아(35) 실무관은 “무주부동산 필지 하나당 조사 및 측량, 등록, 무주부동산 공고 등의 절차를 밟는 데 최소 1년 반 이상 걸린다”며 “(일이 마무리되고) 등기관의 승인이 떨어질 땐 기쁨보다는 후련함이 더 큰 게 사실”이라며 웃었다.
조달청에 따르면 국유재산기획과에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국유화한 부동산은 모두 2만1,554필지 약 90㎢에 이른다. 특히 경기와 강원에서 국유화한 무주부동산만 여의도(2.9㎢ㆍ제방 안쪽) 24개 면적에 해당하는 70㎢에 육박한다. 조외영 서기관은 “경기와 강원 지역에서 편입 국유재산 비율이 높은 것은 수복지역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통일이 되어 비무장지대(DMZ) 국유화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오면 우리 과가 제일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유재산으로 편입되는 부동산은 수복지역 밖에도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 측량이 처음 이뤄졌는데, 당시 기준점이 도쿄였기 때문이다. 토목기사 출신의 김도현(28) 주무관은 “위성 측량 시스템이 도입된 지금은 정확한 측량이 가능하지만, 당시엔 기준점이 멀었던 탓에 도쿄에서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오차가 커진다”고 말했다.
지적도와 지상경계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령, 실제 부동산의 면적은 100인데, 토지주의 지적도에선 97로 기록되는 경우다. 왕정미 과장은 “지적도 밖에 숨은 ‘3’을 찾아내 국유재산으로 편입하는 게 우리 일”이라며 “토지주가 해당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토지주와 소송전을 벌이는 것도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필연적으로 적지 않은 민원이 발생하는 국유재산기획과는 조달청 안에서도 힘든 부서로 분류되지만, 이들을 붙드는 것은 보람이다. “저희가 나라 재산을 얼마나 불렸는지 아시나요? 공시지가로 환산해도 2조3,000억 원이 넘는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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