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누리호의 아픈 손가락

입력
2023.06.22 16:30
수정
2023.06.22 17:00
26면

한 달째 소식 없는 위성 어디 있을까
못 찾는다 해도 발사 경험 큰 의미지만
애타는 개발사, 이제라도 신호 잡히길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난달 25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 져스텍의 JAC를 비롯한 위성 8기가 실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5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 져스텍의 JAC를 비롯한 위성 8기가 실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우리 인공위성들을 우주로 실어 나른 지 한 달이 돼간다. 지상과 교신이 안된 위성 2기 중 누리호에서 미처 나가지 못한 1기를 제외한 나머지 1기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누리호에서 정상적으로 나갔다면 우주 어딘가에 있을 텐데 왜 여태 연락이 닿지 않을까. 위성에 뭔가 문제가 생긴 건지, 단지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는 건지 알 길이 없으니 애만 탄다. 누리호의 ‘아픈 손가락’ 같다.

우주공간의 온도는 극과 극이다. 태양의 빛과 열이 닿는 곳은 200도까지 치솟지만, 안 닿는 곳은 영하 100도로 내려간다. 태양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방사선이 도처에 깔려 있다. 지상에선 대기압이 물체 표면을 누르고 있지만, 우주엔 그런 힘이 없으니 물체 표면에서 분자가 빠져나가는 탈기체(아웃개싱) 현상도 일어난다. 기계가 버텨내기 쉽지 않은 극한환경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성이 지금까지 무사히 생존해 있다면 지상에서 보내는 신호와 방향이 맞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 위성이 올라간 높이가 550㎞ 상공이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보다 훨씬 멀다. 그만큼 떨어져 있어도 위성이 크면 신호 잡기가 좀 수월할 텐데, 이번 건 길이 30㎝짜리 큐브위성이다. 어떤 전문가는 위성이 누리호에서 나갈 때 워낙 속도가 빨라 많이 흔들린 바람에 지향성이 확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설사 위성을 영영 잃어버린다 해도 의미는 작지 않다. 못 찾고 있는 위성은 국내 민간기업이 부품 하나하나 공들여 만들었다. 우리 기업이 우리 땅에서 자체 기술로 위성 설계부터 제조, 발사까지 해보는 경험은 민간 주도로 우주시장을 여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더구나 이 위성에는 고급 사양의 경우 국가 간 수출입도 통제될 만큼 중요한 핵심 기기인 반작용 휠 국산 제품이 들어 있다.

지난달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 져스텍의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 져스텍의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위성은 지구 주위를 도는 동안 태양 복사열, 지구 중력, 이 밖에 작용하는 다양한 힘들 때문에 자꾸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자세를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바로 반작용 휠이 한다. 전기모터의 힘으로 바퀴 여러 개가 서로 다른 방향과 속도로 돌며 위성의 자세를 제어해 주는 것이다. 이걸 만든 기업은 져스텍이다.

모터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져스텍은 기존 국산 위성들에 들어가는 모터를 주문제작하다 우주로 사업 분야를 넓혀 자체 위성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번 돈을 아낌없이 우주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김용일 져스텍 대표는 “원하는 위성을 주문받아 6개월 내에 발사할 수 있도록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위해선 이런 기업을 많이 키워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우주 원천기술을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올려서 실제 운용해 보며 성능을 검증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시급하다. 국내 발사 기회를 잡지 못한 우주기업들은 미국 스페이스X로 눈을 돌린다. 언제까지 남 좋은 일만 시킬 순 없다. 누리호 같은 우리 발사체를 또 만들고 자주 발사해야 더 많은 기업이 성장 기회를 잡아 위성 수출, 발사 서비스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을 닦을 수 있다.

선진국들도 우주에서 잃어버린 위성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못 찾는구나 싶을 때 거짓말처럼 신호가 잡힌 적도 종종 있었고, 심지어 발사 후 1년 만에 찾은 위성도 있었다고 한다. 신호가 잡힐 확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자식 같은 위성, 차마 포기할 수 없다. 져스텍은 기지국을 늘리고 있다.

임소형 미래기술탐사부장 precare@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