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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미신고 영·유아 범죄', 막을 해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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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없이 태어난 영아가 살해ㆍ유기되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8년간 국내에서 태어난 영ㆍ유아 중 출생신고는 물론 생존 여부도 확인이 안 된, 이른바 ‘유령 아이’가 2,200명이 넘는다. 정부 당국이 극히 일부만 추려 조사한 사례에서만 사망ㆍ유기가 4건이나 돼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존재 자체를 알기 어려운 현행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ㆍ유아 2,236명을 파악하고 이 중 1%인 23명을 선별해 경찰ㆍ지자체에 생사 확인을 요청한 결과, 최소 3건의 사망과 1건의 유기 사례가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거주하는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30대 여성은 전날 긴급체포됐다. 지난해 3월 경남 창원에서 20대 친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않아 생후 76일 만에 숨진 여아 역시 출생 미신고 영ㆍ유아로 파악됐다. 경기 화성에서도 한 미혼모가 2021년 12월 출산 한 달 뒤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다”고 진술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끔찍한 범죄가 되풀이되는 건 출생신고 없이는 태어난 사실 유무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행 제도 탓이 크다. 신생아 부모는 주민등록법상 출생 한 달 안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어겨도 과태료 처분이 고작이다.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은 행정당국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어 신고 의무는 오직 부모 몫이다.
제도의 맹점이 분명한 만큼 이전에도 유사 비극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선 프랑스 국적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자녀 둘을 살해해 냉동고에 보관하다 남편에게 들켰다. 2017년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 2021년 1월 인천에선 40대 친모가 출생신고를 안 한 8세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참극을 막기 위한 해법은 나와 있다. 부모가 아니라 의료기관 등이 지자체에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하는 ‘출생통보제’다. 그러나 여러 차례 입법 시도에도 행정 부담이 크다는 의료기관의 반발에 밀려 시행 문턱에서 좌절됐다. 출생통보제가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의 병원 밖 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익명 출산을 보장하되, 입양 절차를 국가가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도입 주장도 나왔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정부는 이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의 조속한 도입에 힘쓴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놨다.
근본적으로 임부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비극을 방지할 수 있다. 임부를 대상으로 한 상담 등 지원 체계를 촘촘히 갖춰 자연스럽게 출생신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출산, 양육의 총체적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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