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식중독... 사철 조심해야?

입력
2023.06.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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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병원성대장균·살모넬라균 식중독 조심해야
노로바이러스, 1년 내내 식중독 유발 가능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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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온에 방치해 둔 식재료, 먹어도 괜찮을까요? 아무 냄새가 안 나는 걸 보니 아직 상하진 않은 것 같은데, 이러다 식중독 걸리는 건 아닐까요?

최근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식중독 위험성도 함께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름은 기온이 높다 보니 식중독 위험도가 높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식중독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식중독 환자는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했는데요. 분기별로는 1~3월 48건(18%), 4~6월 73건(27%), 7~9월 95건(35%), 10~12월 57건(21%)으로 나타났어요. 여름이 다른 계절에 비해 확연히 식중독 발생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름엔 병원성대장균·살모넬라균 등 식중독 유발

주요 식중독 원인균별 발생시기와 주의점. 그래픽=강준구 기자

주요 식중독 원인균별 발생시기와 주의점. 그래픽=강준구 기자

여름엔 병원성대장균으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운 날씨랑 높은 습도로 인해 생채소와 육류에 있는 세균이 급격하게 증가할 우려가 있는데요. 상한 것 같지 않아 보여도 눈에 보이지 않은 병원성대장균이 증식해 식중독에 걸릴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병원성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총 162건 발생했고, 환자 수는 5,347명에 달합니다. 이 중 6월부터 8월까지가 전체 발생의 60%(98건 3,456명)를 차지했습니다.

병원성대장균은 동물의 장 내에 서식하는 대장균 가운데 독소를 생성해 병원성을 나타내는 균으로, 덜 숙성된 퇴비나 오염된 물로 인해 재배 중 채소를 오염시킬 수 있고 도축 과정에서 고기가 오염될 수 있습니다.

병원성대장균은 발병 특성, 독소의 종류에 따라 5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장출혈성대장균이 있고, 장병원성대장균, 장침입성대장균, 장독소형대장균, 장흡착성대장균 등으로 분류돼요. 모든 연령층에서 감염될 수 있으나 특히 장출혈성대장균의 경우 영유아·어린이, 노령자가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여름엔 고온·다습해서 채소를 세척한 후 실온에 방치하면 세척 전보다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에 세척한 식재료는 바로 조리해 섭취하는 것이 좋아요. 만약 바로 섭취하기 어렵다면 세척 후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육류를 냉장고에 보관할 땐 핏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 가장 아래쪽에 보관하고 조리 시에는 내부까지 완전히 익도록 충분히 조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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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월 늦여름에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도 주의해야 합니다. 주로 계란이나 가금류를 제대로 익히지 않았거나 세척하고 손질하는 과정에서 조리기구가 살모넬라균에 오염되고 균이 증식하면서 식중독을 야기하는데요. 계란이나 가금류를 취급할 때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만 기울여도 예방이 가능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에요. 여름엔 이름조차 생소한 캠필로박터 제주니균으로 인한 식중독도 빈발합니다. 캠필로박터 제주니는 주로 닭, 오리 등 동물 내장에 존재해서 생닭과 같은 가금류 손질 시 오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7~42도에서 급격히 증식하지만, 중심 부분의 온도 75도 기준으로 1분 이상 가열하면 균이 사멸하기 때문에 잘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보관하고 손질할 때 다른 식재료에 닿아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조리도구는 잘 세척해야 해요.

봄가을엔 퍼프린젠스, 겨울엔 노로바이러스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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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식중독은 여름뿐만 아니라 연중 내내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 아시나요? 여름에 빈발하는 건 맞지만 다른 계절이라도 안심할 순 없어요. 비교적 날씨가 선선한 봄가을 심지어 겨울에도 식중독을 주의해야 합니다. 각 계절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식중독 원인균이 다 다른 데다, 발생 원인도 달라 예방법과 대처법 또한 다릅니다.

봄가을에는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퍼프린젠스)에 의한 식중독 신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퍼프린젠스균에 의한 식중독은 최근 5년간 총 54건, 환자 2,609명이 발생했고, 봄철인 3~5월에 20건(37%)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봄가을에 발생하는 식중독은 사실 선선한 날씨 탓에 음식 보관에 방심한 것이 가장 주된 요인입니다.

기온이 비교적 낮은 아침이나 저녁에 조리한 음식을 기온이 올라가는 낮까지 실온에 그대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퍼프린젠스균이 증식을 한다고 해요. 퍼프린젠스균은 가열 등으로 생육 조건이 나빠져도 열에 강한 아포를 만들어 살아남는 특징이 있어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충분히 끓인 음식이라도 다시 증식할 수 있다고 하니, 더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포란 특정 세균이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 내는 일종의 포자입니다.

퍼프린젠스균은 산소를 싫어하고 아미노산이 풍부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갈비찜 등을 대량으로 조리하고 그대로 실온에 방치해 60도 이하가 되면 산소가 없는 조리용 솥 내부에서 가열 과정 중 살아남은 퍼프린젠스 아포가 증식해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퍼프린젠스 식중독은 특히 음식점에서 많이 발생하는데요, 음식 조리·보관 시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 급식소나 대형 음식점 등에서는 조리식품의 보관방법과 온도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육류 등은 중심 온도 75도로 1분 이상 조리하고, 보관 시에는 여러 개의 용기에 나눠 담아 5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2시간 이내에 섭취하고 보관된 음식은 75도 이상으로 재가열하여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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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그 유명한 노로바이러스가 활개를 칩니다. 사실 노로바이러스는 여름철에 잠시 주춤할 뿐 1년 내내 발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체로 11월부터 증가해 겨울에 특히 많이 발생하고, 6월까지도 이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총 235건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했는데, 1월이 47건(20%)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3월(34건), 4월(27건), 2월(25건), 12월(24건) 순으로 많았어요. 7~10월은 한 자릿수에 그쳤습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어패류, 채소류)이나 지하수를 섭취했거나 감염자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으로도 전파될 정도로 전파력이 높아요. 심지어 오염된 손으로 만진 문고리를 통해서도 감염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음식 조리 전·후, 재료 손질 후, 화장실 사용 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는 위생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해 대충 씻어서는 안 되고, 비누 등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가락, 손등까지 깨끗이 씻어야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어요.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과일·채소류는 깨끗이 세척하는 등 기본 수칙도 준수해야 합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음식점, 어린이집·유치원, 학교 등 밀집된 공간이나 대량 조리하는 곳에서 많이 발생하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의 분변과 구토물, 침, 오염된 손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 구토나 설사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조리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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