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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육아 돕는 실리콘밸리… 알고 보면 그게 회사를 위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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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 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만의 책무로 인식되고, 이 때문에 여성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력 단절을 겪는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미권 언론에서도 육아 등으로 인한 직장 공백기를 의미하는 커리어 브레이크(career break)라는 표현이 종종 쓰인다.
지난해 직장인 플랫폼 링크드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69%가 출산 등에 따른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 세계 응답자 평균(6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생겨난 '마미 택스'(Mommy tax)란 말도 있다.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것을 '엄마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라고 비꼰 것이다.
실리콘밸리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 중 상당수는 직원들이 겪는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통상 '베네핏 매니저'(benefits manager)라고 불리는 직원 복지 담당자들을 두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출산·육아 지원책을 포함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의 애비게일 홀링스워스 글로벌 베네핏 부사장은 "직원들과의 면담, 설문조사,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적절한 프로그램을 고안해 이것이 기업 가치, 전략, 재정 상황 등과 맞을 때 실제로 활용한다"며 "(베네핏 매니저는) 데이터 분석가이자, 상담사이자, 디자이너이면서 동시에 제도 사용을 장려하는 마케터이기도 하다"고 했다.
기업들이 이렇게 전담 직원까지 두면서 세심하게 육아 제도를 마련하고 이용을 장려하는 건 이 기업들이 유독 선한 마음을 품고 사업을 해서가 아니다. 홀링스워스 부사장은 "다른 회사가 직원들에게 어떤 복지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보고 서로 벤치마킹하기도 한다"며 "모든 회사가 같은 인재풀을 두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재가 중요한 실리콘밸리에선 기업들 입장에선, 더 나은 사내 육아제도를 보유하는 것은 '더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화의 근본에는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더는 것이 결국 기업을 위한 일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홀링스워스는 "개인차는 있지만 모든 직원은 부담을 지고 있다"며 "그 부담이 육아라면, 회사가 육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직원들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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