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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정권 심판? 야당 심판? '혁신 무게'로 승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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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장만 펼치는 시대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찰력’(인사이트)이 아닌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관점’(아웃사이트)이 필요합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격주로 여러 현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고정관념을 넘은 새로운 관점의 글쓰기에 나섭니다.
2024년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다. 300명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다. 각 정당별로 의석수는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은 다이내믹 코리아다. 한국 정치도 다이내믹하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집권여당에 불리할 것처럼 전망됐다. 그런데 갑자기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영미권 언론을 중심으로 ‘K방역’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2020년 총선은 결과적으로 집권 여당에 대한 ‘국뽕 선거’가 됐다. 민주당 역사상 초유의 압승을 거둔다.
제17대 국회를 뽑는 2004년 총선을 한 달 앞두고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시도가 있었다. 탄핵 역풍이 강하게 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던 당시 집권여당(열린우리당)은 152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2017년 대선도, 2020년 총선도, 2004년 총선 결과도 9, 10개월 앞두고는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우리는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의석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판세 분석은 해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에 더 유리하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한국정치의 기본 구도를 고려할 때 국민의힘이 더 유리하다. 한국정치의 기본 구도를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는 1987년 이후 9번의 총선결과를 종합해 보는 것이다. 둘째, 현재 국회는 ‘야당 우위’ 구조다. 총 300석 중에 민주당이 167석, 정의당이 6석이다. 국민의힘은 113석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도 있지만, 야당 심판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셋째,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각의 혁신 의지와 혁신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총선이 있었다.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국 총선의 기본 구도는 국민의힘 계열이 유리하다. 국민의힘 계열의 평균은 135석(44.9%)이다. 민주당 계열은 115석(38.4%)이다.
이 경우, 두 정당의 평균적인 의석 합계는 250석이다. 나머지 50석은 제3당과 제4당, 그리고 무소속이 가져가는 경우다. 2024년 총선 의석수 전망은 ‘강한 양당제’를 가정하는지, ‘다당제’를 가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2024년 총선은 ‘강한 양당제’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제3당의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정치사를 고려하면, 제3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대선후보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안정적인 지역 기반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총 300석 중에 252석이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 방식으로 뽑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와 실망이 아주 강해야 한다. 이는 무당파 비율의 급증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내년 총선에서 제3당을 주도할 ‘대선후보급’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4년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에 치러진다. 아직 집권 초반이다. 집권 초반에 실시되는 총선에서,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대선후보급 반짝 스타’가 출현해서 제3당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안정적인 지역기반이란 결국 영남, 호남, 충청을 의미한다. 내년 총선에서 영남, 호남, 충청 지역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제압할 정도로’ 강한 지역적 기반을 가진 정당의 출현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
마지막으로, 무당파 비율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6월 16일에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34%로 동률이다. 무당파 비율은 27%다. 이는 역대 평균과 비교해서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다. 종합하면 2024년 4월 총선은 강한 양당제 가능성이 높다.
강한 양당제란, 제1당과 제2당이 의석수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경우다. 양당 합계의 의석수를 285석으로 가정해 보자. 9번 총선의 평균 의석수 비율은 국민의힘 계열 44.9%, 민주당 계열 38.4%였다. 이를 285석을 가정하고 적용해 보면 국민의힘은 154석(51.2%), 민주당은 131석(43.7%)이다.
154석 대 131석. 강한 양당제일 경우, 한국 정치의 기본 구도이다. 과거에 비해 평평해졌지만, 한국정치의 기본구도는 여전히 국민의힘이 약간 유리한 구도다.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더 유리하다고 보는 두 번째 이유는, 현재 국회가 ‘야당 우위’ 체제이기 때문이다. 6월 현재,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 167명(55.9%), 국민의힘 113명(37.8%), 정의당 6명(2.0%), 기타/무소속 13명(4.3%)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합치면 173석(57.7%)이다. 국민의힘은 113명(37.8%) 의석밖에 안 된다. 내년 총선이 ‘정권 심판’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국회 권한이 충분히 막강했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국회 의석수가 많지 않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은 반드시 ‘정권심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혹자는 ‘야당을 심판하는 경우는 없다’고 단정한다. 역시 순진한 판단이다. 역대 총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권심판의 경우도 있었고, 야당 심판의 경우도 있었다. 2024년 총선이 야당심판 선거가 아닌 정권심판 선거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민주당이 스스로 고강도 혁신을 진행하고, 효과적인 캠페인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다.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는 세 번째 이유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각각의 혁신의지와 혁신 가능성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띄웠다. 혁신위원 7명을 발표했는데, 5명은 ‘친명’(친이재명)계열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정책 및 공약을 담당했거나, 찬조 연설에 나섰거나, 지역 선대본부장이거나, 충성도 높은 친명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혁신위원회는 ‘혁신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혁신을 하려고 할 때 만들어지는 것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더 일반적이다. 비대위원회는 당 지도부의 권한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대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가 대표적이다.
혁신(革新)이란 본래 ‘현재를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혁신위원회는 ‘현재 지도부 권력의 존중’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혁신위원회가 혁신적이기 어려운 이유다. 비대위원회는 ‘현재 지도부 권력의 부정’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새로운 대체 권력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비대위가 아닌 혁신위를 만들었다. 현재 권력의 인정을 전제로 총선을 치르고 싶기 때문이다. 민주당 혁신위원회와 총선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많은 이유다.
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국민의힘 상황도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 국민의힘은 3ㆍ8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그 과정에서 이준석 배제, 유승민 배제, 나경원 배제를 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의 방해꾼”으로 공격했다. 이들을 모두 배제 및 공격하고, 국민들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김기현 의원을 대표에 앉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편협한 리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었다.
그럼,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는 혁신을 하려고 할까?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더 지켜볼 여지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ㆍ8 전당대회 과정에서 ‘국민적 기대치’를 워낙 낮춰놨기 때문에 약간만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도 정치적 반등 및 결집 효과가 작동할 개연성이 있다.
종합해보자. 한국정치의 기본 구도를 고려하면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이 더 유리하다. 과반 가능성도 상당하다. 단,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에 한해서다. 국민의힘은 살짝 혁신하면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많이 혁신해야 승리할 수 있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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