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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으면 과제 제출 안해요" 학생들이 말하는 대입 제도의 문제점

입력
2023.06.21 04:30
수정
2023.06.21 09:3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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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약 5개월 앞두고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교육현장의 우려와 혼란이 커지고 있는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약 5개월 앞두고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교육현장의 우려와 혼란이 커지고 있는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교육과 대입의 중요성이 주객전도된 상황이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지시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대입제도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 20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대입 당사자가 함께하는 위풍당당 2028 대입 포럼 콘퍼런스'에서 한 고3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 모집,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 모집 같은 제도의 장단점보다도, '대입'에 모든 걸 거는 사회 분위기가 학생들의 학습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이다.

이날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경기 동탄고 3학년 임세현군은 "학생들은 '선생님, 이거 생활기록부에 들어가요? 아니면 제출 안 할래요', 선생님들은 '애들아 이거 하면 생활기록부에 써줄 테니까 제발 조금만 참여해 보면 안 될까?' 같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자연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하는 학생부종합전형 같은 입시 제도는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보다 학생들이 수업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는 게 통념이지만, "역설적으로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으면 어떤 교육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임군은 "끝까지 내신을 위해 노력하면서 생활기록부를 채우는 아이들은 자주성을 잃고 점점 생활기록부의 노예가 되는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며 "정시 선택 학생은 1학년 초반에는 한 반에 한 명도 찾기 어려운데 학년이 올라가면 내신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이 점점 더 많이 정시를 선택하게 되는 게 고등학교의 현실"이라고 했다.

일단 정시 모집으로 방향을 정하면 학교 수업에는 더 냉담해진다. 임군은 "선생님들이 아무리 좋은 활동을 준비해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위 정시러(정시 준비하는 학생)에게 참여를 반쯤 구걸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같은 날,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시험을 치렀다는 것으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라며 "(수능) 문제풀이가 아닌 다른 능력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은 어떻게 진학해야 할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고교학점제와 접목되는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을 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수능 중심의 대입 정시 전형은 '상극'의 제도로 꼽힌다.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하는 수시 전형인 학생부 교과전형 역시, 내신 상대평가 방식이 유지되면 고교학점제하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이 아니라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 선택에 골몰하게 된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입학사정관, 대학생, 학부모, 교사, 대입 전문가 총 16명을 면담 조사한 '대입전형의 특징과 주체별 요구 분석' 연구에서 "면담자들은 고교학점제의 관점에서 학생부 교과전형과 수능 위주 정시전형이 결과 중심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단점이 크다고 지적했다"며 "절대평가, 과정 중심 평가, 정성 평가의 틀로 대전환이 필요하고 수능은 비중을 줄여 학력을 확인하는 보조장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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