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소화전 들고 뛰면서 터널 차량 화재 불길 잡은 '비번 소방관'

입력
2023.06.20 16:35
구독

남양주소방서 오남센터 박호정 소방사
터널 내 옥내소화전으로 뛰어 초기 대응

박호정 소방사가 터널 내 화재 차량을 진화하고 있다. 박호정 소방사 제공

박호정 소방사가 터널 내 화재 차량을 진화하고 있다. 박호정 소방사 제공

비번 소방관이 터널 내부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의 불길을 잡아 추가 피해를 막아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8일 오후 6시 52분쯤 경기 의왕시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방향 청계3터널 내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말 같은 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다 터널 화재 특성상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펌프차 등 장비 10여 대와 소방관 30여 명을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가 어느 정도 진화된 상태였다. 이유는 현장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남양주소방서 오남119안전센터 소속 박호정(29) 소방사가 터널 내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초기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 소방사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당시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차량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바로 인근에 소화전이 있어 무작정 달렸다”고 말했다.

박호정 소방사

박호정 소방사

박 소방사가 전한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터널 진입 전까지 화재 사실을 몰랐던 그는 터널에 진입하고 나서야 앞쪽에 있던 승용차 보닛에 불이 붙은 것을 목격했다. 그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화재 차량 뒤쪽에 있는 소화전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호스가 너무 짧아 승용차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박 소방사는 100m 가량 떨어져 있는 화재 차량 앞쪽 소화전까지 달렸다. 그는 소화전에 있는 소방호스를 가져와 연결한 뒤 진화에 나섰다. 10여 분 뒤 보닛의 불은 껐지만 불길이 운전석으로 번지면서 점차 큰 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순간 펌프차 등이 도착해 추가 진화에 나서면서 오후 7시 10분쯤 완진에 성공했다. 운전자도 자력 대피해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박 소방사의 초기 대응이 없었다면 터널 화재 특성상 2차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는 게 경기도소방본부 측 설명이다. 박 소방사는 “비번과 관계 없이 소방관이라면 누구라도 진화에 나섰을 것”이라며 “아무도 다치지 않고 불을 꺼 다행”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