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 "킬러 문항 사라지면 '실수'가 수능 등급을 결정한다"

입력
2023.06.20 11:50
수정
2023.06.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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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원 광주 살레시오고 교사 CBS 라디오 인터뷰
당정, 전날 수능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 결정
킬러 문항 빈자리 "어떤 유형일지 불안해 사교육"

정부와 국민의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1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킬러 문항 관련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정부와 국민의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19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킬러 문항 관련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오히려 너무 ‘물수능’이 되어버리면 재수생, 현역 가릴 것 없이 다 손해를 본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냥 실수로 하나 틀리는 것마저 등급으로 연결이 될 수 있으니까 쉬워지는 거는 수능의 역할이나 능력을 부정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등급이 비슷한 친구들 다 똑같이 ‘불수능’이 낫다고 항상 말하고 있어요. 수능의 난이도가 낮아지면 한 개 틀리면 등급이 막 많이 내려갈 것 같은데 그래서 한 과목이라도 삐끗하면 더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응한 고3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한 번의 실수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이날 이 방송에 출연한 서부원 광주 살레시오고 교사 역시 “유명한 말이 있다. ‘킬러(문항)가 사라지면 실수가 등급을 결정한다’. 그러니까 ‘운’ 시험이냐 이렇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을 위해 출제됐던 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면 결국 누가 실수를 덜 했는지가 성적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사교육 경감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주호(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사교육 경감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전날 국회에서 실무 당정협의회를 연 후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변별력을 높이나,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며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온 변화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 교사는 “(킬러 문항이 빠진 곳에) 어떤 유형이 들어올 거고 주로 어떤 식으로 난이도가 조정될 거고 어떤 영역에서 그렇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불안하니까 전문적인 사교육 기관을 가든가 이렇게 될 것”이라며 “이런 게 너무 불 보듯 뻔해서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등 고질적인 교육 문제의 해법으로 수능 킬러 문항 배제를 제시한 데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서 교사는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 문제, 대입 전형 신뢰를 확보하는 문제, 생존 위협에 직면한 지방대 문제 등 숱한 문제들이 있는데 큰 문제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하나의 지엽적인 킬러 문항을 넣네, 마네 문제로 교육 문제가 치환되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EBS의 2024학년도 수능 연계교재가 진열돼 있다. 뉴스1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EBS의 2024학년도 수능 연계교재가 진열돼 있다. 뉴스1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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