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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스타트업 대표의 가슴 뛰는 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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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센터장으로 있는 관악S밸리 낙성벤처창업센터에서 바르카라는 스타트업의 전현균 대표를 처음 만났다.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 평가 자리였는데, 서른 살의 그는 스타트업 대표라기보다는 연구실에 파묻혀 지내는 연구자의 외모와 말투였다.
IR 자료는 산만했고 발표 테크닉도 기대 이하여서 그의 사업 비전, 회사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전 대표가 창업한 지 4개월 만에 3억 원을 투자받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중소기업진흥청의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 대상에도 선정됐다.
뭔가 있구나 하고 궁금하던 차에 전현균 대표와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그가 갑자기 나를 찾아와 "1년여 동안 기술 개발에만 몰두한 결과가 드디어 나왔으니 홍보를 좀 해달라"고 했다. 바르카는 실시간 위성 영상과 날씨, 토양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국제 농산물 작황을 예측하는 독자 기술을 가진 회사인데, 전 대표는 미국 농무부보다 먼저 미국의 대두, 옥수수 생산량을 예측했다며 자료를 들고 왔다. 한국일보 광고면에 그 자료를 미리 공개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닷새 뒤 발표된 미국 농무부의 대두, 옥수수 예상 생산량은 바르카와 거의 일치했다. 대두 98.8%, 옥수수 96.6%의 정확도였다.
전 대표는 앞으로 미국의 밀, 귀리, 수수 생산량과 유럽 농산물 작황도 정확하게 맞힐 것이라고 흥분했다. 홍수, 가뭄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 생산량은 국제 시장 가격에 직결되기 때문에 사전에 입수하는 데이터는 돈이나 다름없는 정보다. 세계적 기업으로 꼽히는 데카르트랩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데이터 분석 능력을 보여줬으니 전 대표는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전문성을 제대로 살려 창업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대학원에서 배운 전문 지식과 AI 스타트업 근무 경험이 바탕이 됐다. 물론 전 대표도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초기에 겪는 '죽음의 계곡(자금 부족으로 맞이하는 생존의 위기)'을 피하지 못했다고 한다. 창업 초기부터 투자하겠다던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통장을 털어 마련한 창업 자금 2,000만 원은 분석 장비 개발, 위성 영상 데이터 구입, 연구 인력 인건비 등으로 금세 동이 났다. 4개월 만에 통장 잔고 3만 원과 수백만 원의 빚만 남게 됐다.
'이대로 피어 보지도 못하고 끝나는구나' 포기하려는 순간, 그의 가치를 알아본 투자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끊임없이 연구 개발비만 들어가자 지난 4월 공동투자자가 지분을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전 대표는 스타트업은 돈도 사람도 부족하니 신념으로 버텨야 한다고, 꼭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서로 격려했던 사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미국 농무부의 대두, 옥수수 생산량 예측 수치를 거의 맞혔다고 한밤중에 흥분에 찬 목소리로 전화를 걸던 열정적인 전현균 대표. 그를 만날 때면 30대로 돌아가 스타트업을 키우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지금이라도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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