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소송 망친 권경애 '정직 1년'... "딸 두 번 죽여" 유족 눈물

입력
2023.06.19 21:00
수정
2023.06.20 09:5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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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6개월 이상 건의에 1년으로
변협 "성실의무 위반 정도 엄중"
피해자 반발·여론 비판 의식한 듯
유족 분노 "제명 그렇게 어렵나"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사건을 수임하고도 3회 연속 재판에 불출석해 패소 판결을 받게 한 권경애(58)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렸다. 피해자는 "한없이 관대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론"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변협은 19일 "징계위원회는 이날 비공개 회의를 개최한 뒤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성실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권 변호사가 받을 수 있는 징계 종류는 △제명 △3년 이하 정직 △3,000만 원 이하 과태료 △견책 등 4가지다. 징계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판사와 검사 등 외부 인사가 6명이다. 이날은 8명의 징계위원이 출석했다.

권 변호사는 2016년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가해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권 변호사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변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항소심 재판에 3회 연속 불출석해 소송에서 패소했고, 이씨에게 5개월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변협은 직권으로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권경애가 왜 계속 변호사 해야 하냐"

권경애 변호사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 피해 당사자인 이기철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징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권경애 변호사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 피해 당사자인 이기철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징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정직 1년 징계는 권 변호사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구하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변협 조사위원회는 권 변호사에게 정직 6개월 이상의 징계를 건의했다. 변협 관계자는 전날 본보 통화에서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정직 6개월 이상은 중징계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해야 한다"며 반발했고, 법조계에서도 국민 감정과 어긋난 징계를 한다면 반발이 거셀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징계위는 이날 심의 현장에 항의방문하러 온 이씨에게 이례적으로 직접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씨는 "변호사는 힘든 사람들의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권경애가) 계속 변호사를 하게 하는 건 잘못 아니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정직 결론이 나오자 "제명이 그렇게 어렵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변호사로서 직무를 제대로 한 적도 없는 권경애가 왜 계속 변호사를 해야 하냐"며 "변협은 우리 주원이를 두 번 죽였고, 저까지 죽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가 징계에 불복하면 징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기각하면 행정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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