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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숨 고르기 속 한국의 선택은?

입력
2023.06.20 00:00
27면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최근 일론 머스크, 젠슨 황, 빌 게이츠 등 미국 기업가들의 중국 방문이 잦아지고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도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무력 충돌로 확장되지 않도록 안전장치 마련을 포함한 양국 간 관심사를 논의하였다. 와중에 제이크 설리번, 재닛 옐런 등 미국 고위 관료들이 중국과의 디커플링 시도는 양국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고, 중국의 경제 발전을 막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며,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은 디리스킹이 목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제까지 강하게 밀어붙여 온 대중 견제를 완화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이나 말과는 별개로 대중 수출 및 투자 규제는 전혀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군과 관련된 기업이나 인공지능 첨단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첨단 부문에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외 다른 주요 국가들 역시 대중 투자 규제에 동참하여 유사한 조치를 하도록 협의 중이라고 한다. 아울러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심사 과정 역시 더 치밀해지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022 회계연도 동안 미국 기업들의 중국 수출 및 재수출 허가 요청(5,064건) 가운데 약 26%를 거부하거나 반려했다. 상무부는 허가 요청 가운데 중국군 현대화, 인권 유린, 미국의 국익에 해로운 민감한 기술이 있는지 식별하고 해당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조치들을 개발해 왔다. 현재 약 700개의 중국 기업, 대학 및 연구소 등이 수출규제 대상이며, 이 가운데 약 200개가 바이든 정부에서 추가되었고 계속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정치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 흐름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고 미국은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할 것이다. 그러나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일정한 구조적 흐름 속에서도 양국관계는 대치와 완화의 부침을 거듭하며 전개될 것이다. 현재 양국은 잠시 숨 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국의 강력한 대중 수출 및 투자 규제로 중국 기술굴기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였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 공급망 재편, 기술동맹, 자국 첨단 제조업 부활이 자리 잡아가면서 미국이 다소 여유를 찾게 된 것일까?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양국 경제, 표면적인 강대강 대치 속에서도 급속히 감소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양국 교역량 등을 통해 양국이 얼마나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필요한 존재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현재의 조정 국면이 얼마 동안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도 이를 활용하여 경색된 대중 외교를 풀어 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미국과 중국이 대치 속에서도 대화의 물꼬를 놓지 않고 기업 차원의 협력을 모색하는데, 우리 역시 국익을 중심을 두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중국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제재 범위 밖에서 협력의 공간을 찾아가는 신중한 외교적 노력이 물밑에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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