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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사 실적은 오히려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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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기술이 한국을 맹추격 중입니다. 중국 반도체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고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까요?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한국일보가 상세히 짚어봤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기업 제재 수위가 높아진 2021년 이후, 중국 반도체 업계를 주도하는 대표 기업의 매출이 오히려 20%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산화 열풍의 수혜를 입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생산 기업들은 연간 매출이 각각 50%, 30%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 주요기업이 미국 제재 대상이 아닌 ‘구형 공정’에 공을 들이며 자국산 보급률을 높이고 있어, 첨단 공정에 집중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자급 구조를 굳혀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일보가 중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생산 공정별(설계·소재·장비·칩 제조·후공정) 매출 최상위 기업 39개(21년 기준)의 연간-분기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합계는 4,231억 3,000만 위안(약 76조원)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대중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 한 2021년엔 3,535억 3,000만 위안(약 63조 2,889억원)이었다. 1년 새 20%가 늘었다.
중국 대표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1~3월 매출 합계는 940억 4,000만 위안이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단 17억 위안(2%) 줄어든 수치다. 2021년 1분기(738억 6,000만 위안)와 비교하면 27%나 늘었다.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른 개별 상장사들 실적도 나빠지지 않았다. 2020년부터 수출규제를 받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 중신궈지(SMIC)의 지난해 매출은 520억 8,000만 위안으로 2021년보다 33.6%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제재 명단에 신규 추가된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캠브리콘의 실적도 탄탄한 편이다. 작년 매출 10억 3,000만 위안으로 전년대비 6,000만 위안 늘었다.
이처럼 중국 반도체 주요기업 실적이 순항 중인 이유는 미국의 제재 밖에서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미국 제재가 첨단기술에 집중된 반면, 중국 업체들은 '옛 기술'의 확장을 통해 매출을 불렸던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주로 선폭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회로 제작용 기기, 즉 첨단기술이 들어간 자국산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을 막아 중국 파운드리의 기술개발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SMIC의 14나노 급 생산은 전체 생산능력의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SMIC는 28나노 이상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구형 공정 증설에 집중하며 기존 공정의 국산화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공정 별로 보면 최종품(칩) 생산에 필요한 장비·소재 분야 대표기업 17개사 매출은 미국 제재의 강도가 높아진 2021년부터 되레 가파르게 치솟았다.
장비업체 7개사의 2021년 매출 합계는 194억 6,000만 위안이었는데, 지난해엔 298억 4,000만 위안으로 1년새 53% 증가했다. 소재분야 10개사 총 매출도 2021년 855억 1,000만 위안에 이어 작년엔 1,155억 위안 이상으로 35% 늘었다. 특히 중국 반도체 생산 장비 기업 중 가장 다양한 제품생산 능력을 보유한 베이팡화창(NAURA)의 매출은 2021년과 지난해 사이 50%이상 급성장했다.
이른바 '빅펀드'로 알려진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대기금)가 2019년 이후 투자기업 중 3번 째로 많은 돈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반도체 소재업체 삼안광전도 지난해 매출 143억 9,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5%이상 늘었다. 박초화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첨단 공정을 빼면 회로폭 28나노 칩 제조용 장비까지는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제재 이후 중국 반도체산업이 자급할 수 있는 분야부터 국산화율을 높이고 있기에 장비-소재 기업들도 그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첨단공정을 위주로 하는 미국의 대 중국 제재가 향후 수 년 간 지속된다면 중국 기업들의 앞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설령 중국이 자체 장비를 개발해 14나노 이하의 칩을 생산한다 해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경쟁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순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중국 내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도체 장비를 자체 개발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그러나 반도체 장비는 성능과 생산성 모두를 충족시켜야 하는 분야라서,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발전 속도’에선 뒤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첨단공정 개발에 성공해 미국의 제재를 사실상 ‘돌파’한다 해도 제재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의 생산품은 중국 이외의 판매처 확보가 어렵다. 또 하나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YMTC가 미국의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라 있는데,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정부 허가 없이는 YMTC와 거래할 수 없다”면서 “200단 낸드 플래시를 개발한다 해도 생산량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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