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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마'로 무장한 중국 반도체... "정권 바뀌어도 정책은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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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기술이 한국을 맹추격 중입니다. 중국 반도체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고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까요?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한국일보가 상세히 짚어봤습니다.
후진타오부터 시진핑까지. 반도체로 일어서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지난 17년 간 한 번도 꺾인 적이 없어요.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중국 산업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의 전문가다. 한중일(연세대·히토쓰바시대·칭화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고루 딴 이력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의 정책이 동아시아 지역 구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그런 그가 중국의 산업·기술 정책이 가지는 최대 장점으로 '연속성'을 꼽는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가 설정한 주력 산업과 투자 규모가 달라지지만, 중국은 그런 '정치 바람'을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중국은 고부가가치산업 자립을 목표로 후진타오 시기부터 과학기술 진흥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며 "이것은 외형만 바뀐 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한 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도체 분야를 '외세가 중국의 목을 틀어진 기술'로 규정하며 자립을 외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선 분야이기에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북돋는 현상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 교수는 '외세'와 분리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상용화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한국일보가 최 교수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정책 연속성은 중국 산업정책이 가지는 굉장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죠.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중국이 반도체 산업 자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처음 표명한 시점은 2006년이죠. 이 때 국무원(행정 집행기관)이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 계획 강요'를 발표해요. 2020년까지 15년을 내다보고 만든 프로젝트인데, 16개 대형과제 중에 집적회로(IC) 반도체가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은 덩샤오핑 집권기인 1989년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을 처음 내놓았고, 6년 뒤 1995년 전자정보, 신소재 기술 개발 중요성을 인식한 '과학기술진보에 관한 결정'을 발표했어요. 2006년의 '강요'는 이런 기조가 후진타오 시대(2002~2012년)에 체계화, 구체화된 결과죠."
-사실상 당 중앙에서 만든 프로젝트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되었을까요?
"지방정부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섰어요. 베이징·상하이 시 정부는 '02프로젝트'라는 하위 시책을 만들고 장비·소재 등 반도체 공정의 세부분야 기업 최소 15곳을 선정해 기술 목표치를 정하고 자금을 지원했어요. 이들 기업에 대한 목표 달성 검증은 2020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진타오 시기에 본격화한 프로젝트인데, 시진핑 시대로 넘어오면서 정권의 입장에 따라 중단된 적은 없나요?
"2006년 이후 반도체는 중국의 굵직한 과학기술 프로젝트의 중점 대상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죠. 반도체는 2010년 '7대 전략적 신흥산업' 중 하나로,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엔 12차 5개년 계획의 2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들어갔습니다다. 그리고 2015년 '중국제조2025'의 핵심 과제에도 포함됐어요. 중국은 '5개년 계획'이 당 최고 지도자들의 집권 중간기에 시작돼 다음 정권 임기 중반까지 이어지게끔 중첩되는 구조로 시행되는 것이 특징이죠. 대단히 연속적이라는 장점을 지녔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시진핑 정권이 반도체 굴기에 더욱 매진하게끔 하는 동력이 됐다고 볼 수도 있어요.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고강도 제재를 본격화 한 지 수 년이 흘렀는데요, 중국의 기술자립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요?
"시진핑 주석은 2020년 5월 중앙정치국 상무회의에서 "산업의 자주적인 공급망 통제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중국의 목을 틀어쥔 선진국 기술'의 자립(차보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 역할을 하는 리소그래피(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기술)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죠. 시 주석은 올해 1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똑같은 취지의 연설을 이어갔고요. 그러자 4월엔 중국과학원이 35가지의 '차보즈 기술' 을 발표해요. 해결된 과제와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섞여 있는데, 리소그래피와 포토레지스트 등 2가지 기술은 미해결 과제로 명시해 뒀어요. 결국이 미국이 중국에게 '돌파해야 할 과제'를 되새기게 해준 형국이 된 거죠."
"미국의 제재가 중국에게 과제를 제시했다"는 최 교수의 설명은 실제 현실화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본보가 최 교수와 인터뷰한 다음 날인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목을 틀어쥔 기술의 자립을 위해 중국 과학기술부 등 12개 기관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베이징 국제 과학기술 혁신센터' 설립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를 두고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차보즈 문제 해결 등 빠른 기술 자립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산업의 머리와 다리는 강하지만, 허리가 약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죠.
-‘반도체 돌파’를 염두에 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성공할 것으로 보시나요?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연구·개발(R&D)에 대한 중국의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나뉜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기술 연구를 할 땐 일단 투입한 자금은 단기간에 회수하지 않는데, 그걸 '인내자본'이라고 부르죠. 기술개발 역량을 축적해 온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개발해 놓은 기초 기술을 산업화 단계까지 올려놓는 역량은 별개죠. 독일 연구기관 ‘메릭스’가 2019년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선 과학기술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 사이의 괴리가 존재하고 있어요. 산업의 경우 ‘머리’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 경쟁력과 ‘다리’에 해당하는 산업인프라 등은 발달했어요. 그러나 머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허리, 즉 반도체 칩과 부품 제조 등에선 약세를 보인다고 메릭스가 진단한 바 있습니다."
-기술의 상용화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인가요?
"미국과 비교해 볼게요. 새로운 기술을 포착하고 민간자본 주도로 빠르게 상업화를 달성하는 것이 미국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잖아요. 그런데 중국은 정부 주도로 자본이 투입되다 보니 이게 쉽지 않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게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증시의 과창판(科創板)입니다. 벤처자본의 반도체 기업 투자가 상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거죠. 실제로 과창판에 조달되는 자금 규모는 2019년 100억 위안에서 2022년 782억 위안으로 8배 가까이 늘었어요. 정부 주도 상용화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기술자립 속도에 맞춰 제품자립에도 나서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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