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5년 만의 방중... 극적 돌파구보단 '가드레일 구축'에 공감대

미 국무장관, 5년 만의 방중... 극적 돌파구보단 '가드레일 구축'에 공감대

입력
2023.06.18 19:39
수정
2023.06.18 2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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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베이징 도착... 친강과 미중 외교장관 회담
사무적 어투로 짧은 환담... 회담은 '철저한 비공개'
대만문제·공급망 갈등서 구체적 합의 도출은 난망
무력 충돌 예방 위한 '긴장 관리 방안' 집중 논의해
AP "블링컨, 19일 왕이·시진핑 만날 가능성" 보도

미국 외교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국무장관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외교 수장의 첫 방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이후 5년 만에 미 국무장관이 중국 땅을 밟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중 간 갈등을 증폭시킨 핵심 현안인 대만 문제, 공급망 경쟁 등과 관련해 뚜렷한 합의 도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긴장 관리' 필요성에 대한 양국 공감대는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은 지속하되, 긴장이 충돌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가드레일(안전 장치) 구축'이 사실상 이번 외교 이벤트의 최대 성과일 것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물론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이 19일까지인 만큼, 막판에 미중 간 합의나 성명이 극적으로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8일 오전 미 공군기로 베이징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 친강 부장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마주했다. 친 부장은 블링컨 장관뿐 아니라, 미국 측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손님들을 예우했다. 두 장관은 회담장인 국빈관 12호각 복도를 나란히 걸으며 짧은 환담을 한 뒤, 미소를 띤 채 양국 국기 앞에서 악수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최근 미중 관계 경색을 반영하듯 다소 사무적인 어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은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됐다. 통상적인 모두발언 취재도 허용되지 않았고, 사진촬영을 마친 뒤 취재진은 전원 퇴장했다. 두 장관 외에 미국 측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세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등 8명이, 중국 측에선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등 8명이 각각 배석했다.

미국 새 공급망 노선 '디리스킹' 두고 논쟁 예상

회담의 주요 의제는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갈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미국 사회의 골칫거리인 펜타닐의 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려 5년 만에 이뤄진 미 국무장관의 방중인 만큼, 양국의 주요 현안이 두루 다뤄졌으나 구체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그간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며 미국의 개입 차단에 주력해 왔다. 반면 미국은 블링컨 장관 방중을 나흘 앞둔 14일에도 항공모함을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해협으로 출동시켰다. 대만·남중국해 해역에서 계속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견제 메시지였다.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친강(왼쪽 두 번째) 중국 외교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미중 외교장관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디리스킹(위험 회피)'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을 공산이 크다. 세계 공급망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시키기 위해 디커플링 흐름을 주도해 온 미국은 최근 "우리는 중국과 경제를 분리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디리스킹이라는 새 접근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배제'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게 중국 측 기류다. 공급망 갈등을 완화할 명확한 해법 도출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이유다.

"경쟁은 계속, 분노 표출은 낮아질 것"

대신 두 장관은 미중 갈등의 무력 충돌 비화를 막는, 이른바 '가드레일'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6일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충돌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 외교가 필요하다"고 이번 방중의 목표를 설명했다. 대만 문제·공급망 갈등 등 최대 난제들의 해법 마련에 앞서, 우선 탄탄한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원해 양국 간 긴장부터 누그러뜨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블링컨 장관과 친 부장은 이날 만찬도 함께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영국 가디언에 "미중은 앞으로도 경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외교를 재개하고, 양측이 공개적으로 표출해 온 분노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보여주기식 방중'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해 온 중국으로선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 등 향후 미국의 유의미한 조치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방중 길에도 한미일 3자 공조 챙기기

블링컨 장관은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해 있던 17일, 박진 외교부 장관 및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도 각각 통화해 한미일 공조 협력을 재확인했다. 박 장관과의 통화에서 그는 "상호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중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는다 해도,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하이라이트는 19일이 될 수도 있다. AP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19일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만나 미중 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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