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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처럼 가격 내리나…추경호 "라면값 내려야"에 식품업계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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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에 라면 등 식품 만드는 회사들이 들썩이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으니 라면값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업체들은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추 부총리는 18일 KBS 방송 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 10월 (라면값이) 많이 인상됐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50% 내려갔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하락에 맞춰 적정하게 판매가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면과 같은 품목은 시장에서 업체와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가 개입해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소비자 단체에서 적극 나서 견제하고 압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번 오른 식품 가격이 내려가는 일은 흔하지는 않지만 아예 없던 일도 아니다. 라면업계는 2010년 밀가룻값이 떨어지자 라면값을 20~50원 낮췄다. 농심은 신라면 등 핵심 제품의 가격을 2.7~7.1% 인하했고 오뚜기, 삼양식품은 최대 6.7%까지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4월 오뚜기가 '진짜쫄면'의 편의점 판매가를 10.5% 내리고 편의점 CU가 자체 원두커피의 가격을 100원 깎았다. 당시 고물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라면은 약 13% 비싸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해 9월 농심은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고 뒤이어 오뚜기는 11%, 삼양식품은 9.7% 가격을 올렸다.
라면업계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긴장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추 부총리가 직접적 가격 통제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도 없기 때문. 가뜩이나 2월 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개 식품회사들 관계자들을 불러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 요청해 일부 식품업체는 인상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한편에선 햄버거와 치킨 등 3, 4월에도 가격 인상을 이어간 외식업체를 두고 유난히 식품에만 엄격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당장 추 부총리의 발언을 전해 들은 일부 라면 회사는 가격 인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서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라면 업체들은 추 부총리의 말처럼 국제 밀 가격이 떨어진 것일 뿐 정작 국내에서 만드는 밀가룻값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설사 밀 가격이 내렸더라도 식품 회사들이 사들이는 가격에 반영될 때까지 3~9개월의 시차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분업체들도 원재료가 비쌀 때 몇 달 치를 받아 쓰니 그사이 밀 가격이 떨어졌더라도 식품 회사에 적용하는 공급가를 바로 조정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말 밀 가격이 현재 원가에 반영된다"고 전했다.
평소와 비교해 밀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월 국제 밀 선물 가격은 톤(t)당 276달러로 지난해 5월 가격(419달러)보다 떨어졌으나 여전히 평년(201달러)보다는 높다. 국제 곡물가 상승, 환율 등의 요인으로 크게 올랐던 밀 가격은 지난해 6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타결된 이후 가격이 내려왔다.
밀가루가 라면을 만드는 핵심 재료이긴 하지만 이외에 다른 가격 상승 요인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라면의 또 다른 원료인 전분, 설탕의 가격은 물론 내륙 물류비도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만 따져도 라면 한 개 만드는 데 재료가 50개 넘게 들어가는데 밀 가격만 가지고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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