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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6.18 16:10
수정
2023.06.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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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의 마음 읽기]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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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년에 접어들어 대사증후군이 생기면서 매우 낙담하면서 수치심과 불안ㆍ불면을 호소하는 동료 의사들이 있다. 그럴 때 약을 처방하지 않고도 마법 같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말이 있다. “너 말고도 다른 친구들 여럿이 이미 그 병 치료를 받고 있다.”

#2. 친한 친구의 자식이 입시나 취직에 실패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가족처럼 몹시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이처럼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동물의 본성인 것 같다. 혼자서는 당근을 잘 먹던 원숭이가 맞은편 동료가 포도를 먹고 있는 걸 보면 더 이상 당근을 먹지 않고 던져 버린다고 한다. 반려견도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시기(envy)와 질투(jealousy)는 종종 혼동되는 인간의 감정인데, 서로 다른 의미와 특징을 가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대로 하자면 시기의 초점은 타인이다. 타인의 잘됨을 부러워하면서 아쉬워한다.

즉,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원하는’ 것이다. 반면 질투의 초점은 자기 자신이다. 그가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함에 대한 불편감이다.

인간이란 좀 부럽고 시기하는 게 있어야 뭔가를 하고 싶고 도모할 수 있는 것 같다. 욕구와 열망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말이다. 성공한 누군가의 모습을 마음속 모델로 삼고 동기를 부여받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질투에 빠져 경쟁심에 기초한 의욕 고취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질투는 종종 의욕과 경쟁심을 불러 일으키고 삶을 일구게 하는 힘이 되지만 질투의 대상이 가진 것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잘 된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우선 부럽지만 해내지 못하는 나와 비교하다 보면 불행과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본인의 열등감 때문에 죄 없는 상대방을 미워하기도 한다. 심하면 불공정함과 분노에 빠져 그 인간을 깎아내리고 무너뜨리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많이 본다.

타인과 비교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기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무 자주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

행복은 다른 말로 주관적인 자기 만족감, 주관적 자기 안녕감이다. 각자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이것을 발전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은 타인을 덜 부러워한다.

둘째, 동료나 친구의 성공을 축하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 대신 그들의 노력과 성과를 벤치마킹해 의욕과 동기를 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라.

셋째, 그들이 부러우면 부럽다고 이야기하라. 솔직하고 유쾌하게 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은 내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면서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친구나 가족들도 이런 당신의 이런 모습을 더 좋아할 것이다.

타인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복잡한 감정이다. 유독 샘이 많은 사람들은 딱히 그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으면서도 시기심을 자주 느끼는 경우도 있다.

때로 이런 감정은 가라앉은 의욕과 동기를 자극해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행복과 인간관계를 손상할 수 있다. 인생의 모든 일들이 게임처럼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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