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전쟁

입력
2023.06.18 16:00
수정
2023.06.18 18: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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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다음 달 1일 미국에서 같은 약 7개가 한꺼번에 출시된다. 제조사가 다를 뿐 모두 한 약을 복제한 제품들이다. 그 약은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다. 워낙 잘 팔리는 약이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만들려는 제조사가 줄을 섰다. 휴미라 작년 매출 27조 원 가운데 미국 내 매출이 자그마치 24조 원이다. 미국 출시 시기를 놓고 오리지널 약 제조사인 애브비와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 사이에 치열한 ‘수 싸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 휴미라의 물질특허가 만료된 시점은 2016년이다. 통상적이라면 그때부터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했다. 하지만 조성물, 제형 같은 숨은 특허들이 별도로 걸려 있던 바람에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은 건건이 소송을 하거나 로열티를 지불하고 합의하는 식으로 해결하느라 제품 출시가 늦어졌다. 애브비가 이른바 ‘잠수함 특허’ 전략으로 7년 동안이나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방어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이 구축해 놓은 시장을 되도록 빨리, 많이 뺏어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경쟁 제품이 많으면 당연히 출시 시기가 빠를수록 유리하다.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로선 하나같이 그 선점 효과를 남 주기 싫었을 터라 애브비와 협상 과정에서 출시일이 같은 날로 수렴됐다. 일단 출발선은 맞췄으니 이젠 마케팅과 가격 경쟁이 살벌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 1일 미국 출시를 앞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7개 중 2개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제품이다. 나머지는 미국과 독일, 아이슬란드 제품이다. 올 1월 31일 먼저 출시한 미국 기업 암젠, 7월 31일과 9월 30일 각각 출시 예정인 인도 기업 바이오콘, 스위스 기업 산도즈까지 치면 미국 휴미라 시장에 총 10개 제조사가 뛰어드는 것이다. 처방 데이터가 쌓일수록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서 먼저 판매해 본 우리 기업들이 실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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