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3개월 하면 900만 원” 일본 기업의 파격 지원

입력
2023.06.18 10:30
수정
2023.06.18 18: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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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남성 육아휴직 독려
육아 참여 높이기 아이디어 다양
동료에게 최대 90만원 주는 곳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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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잠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깐 차라리 빨리 일하러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보기도 집안일도 육아도 내가 하는데 남편 점심까지 차려 줘야 해 힘들다.”

여성에게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일본의 한 애플리케이션 업체가 지난해 남편의 육아휴직에 대해 받은 의견 중 일부다. 남성 육아휴직자 다수가 한 달도 안 되는 단기간 사용에 그치다 보니 육아나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쉬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최근 NHK는 이런 문제를 시정하고 남성 육아휴직의 활성화와 내실화를 위해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은 기업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가사·육아 분담률 항목별로 적어야 지원금

시스템 건축, 임대, 리스 사업 등을 영위하는 ‘다이와리스’는 올해부터 남성 직원 또는 여성 직원의 남편이 육아휴직을 총 90일 이상 취득하면 100만 엔(약 905만 원)을 지급한다. ‘육아휴직 중인 남성이 제대로 육아와 가사를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이를 위해 사전에 ‘가사·육아 분담 시트’라는 서류를 받아 작성하고 업무에 복귀할 때 제출해야 한다. 이 서류에는 ‘아침식사 준비’ ‘아이에게 아침밥 먹이기’ ‘정리 및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등과 같이 수많은 가사·육아 항목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를 남편과 아내가 얼마만큼 분담했는지 기록해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90%에 달했지만, 취득일 수는 7일 이하가 40%를 차지했다. 회사 인사부장은 “가사노동이 아내에게 집중되면 여성이 직장에 복귀하는 데 제약이 된다”며 “남편과 분담하면 심리적 부담이 줄고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육아휴직자 동료에게 지원금도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올해 3월 육아휴직에 들어간 팀의 동료들에게 1인당 최대 10만 엔(약 90만 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해 큰 화제가 됐다. 이 회사의 인사부장에 따르면 애초 사장이 낸 아이디어는 아이가 태어난 사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사부는 “육아 사원에 대한 지원 제도는 이미 많으므로 더 늘리면 오히려 직원들 사이에 불화가 생길 수 있다. 차라리 주변 동료들에게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육아휴직 신청자가 마음의 부담을 덜고 좀 더 쉽게 신청할 수 있고, 동료들도 흔쾌히 지지해 주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오사카교육대학의 고자키 야스히로 교수는 “대기업이라 가능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런 사례를 통해) 점차 사회 전체에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쉬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육아휴직 제도는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안에 사용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남성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있으며, 올해 4월부터는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에 대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공표가 의무화됐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2030년까지 85%(2021년 14%)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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