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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능’ 논란 키운 대통령-부총리… 사교육비 경감 긴 안목으로

입력
2023.06.17 04:30
23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일인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서 임성호 대표가 강사 등 입시 전문가들과 출제 문제 분석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일인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종로학원에서 임성호 대표가 강사 등 입시 전문가들과 출제 문제 분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난이도를 둘러싼 한바탕 혼선이 일었다.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그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쉬운 수능’을 지시받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한 브리핑을 하면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동요하자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이 부총리는 15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경감 방안으로 별도 주문한 내용이라고 했다. ‘변별력은 갖추되’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수능을 쉽게 출제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몇 시간 뒤 표현을 수정한 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 어제는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전날 브리핑에 없었던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는 표현도 추가했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면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 생각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지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콕 집은 비문학 국어 문항, 과목 융합형 문항 등 ‘킬러문항’이 사라지면 ‘쉬운 수능’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6월 모의평가 난도를 조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담당 국장을 대기발령 조치까지 했다니 더더욱 그렇다.

누차 경험했지만 ‘불수능’은 물론 ‘물수능’도 사교육 부담을 덜어낼 수 없다. ‘물수능’이 되면 상위권 학생들은 한 문제만 실수해도 당락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교육에 더 매달리고 N수생이 늘어날 거란 우려도 많다. 이 부총리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시절 2012학년도 물수능을 불러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전력도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은 3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기본계획을 토대로 준비를 해왔다. 이들에게 대통령이 사교육 경감을 말하면서 당장 코앞 수능의 출제 방향을 흔들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게 적절하겠나. 사교육 문제를 이렇게 단기간에 단편적 방안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것도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지금까지의 숱한 사교육 경감 대책들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지 충분히 분석하고 고민해서 긴 안목의 정교한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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