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국무부의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2년 연속 2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지난해 20년간 유지했던 1등급 지위를 잃은 뒤 인신매매방지법 시행(올해 1월), 인신매매 방지 종합계획 확정(3월) 등 제도 개선 노력을 기울였지만 등급 회복엔 실패했다. 미국 본위의 평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요 8개국(G8) 진입 후보로 꼽히고 북한에 인권 개선을 강력 촉구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겸연쩍은 일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를 평가 기간으로 삼았다. 윤석열 정부 임기 첫해 성적표인 셈이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이 이전보다 증대됐다"며 피해자 확인 지침 마련, 피해자 통계 수집, 피해 상담 핫라인 구축을 사례로 꼽았다. 모두 인신매매방지법과 종합계획에 따라 신설된 제도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핵심 부문에서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피해자 신원 확인 및 구제 절차 미흡, 솜방망이 처벌을 문제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국내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실태를 서술했다. 취업, 결혼 등을 미끼로 외국인 여성들을 입국시켜 성매매에 동원하거나, 외국인을 선원으로 고용해 임금도 제대로 안 주고 착취하는 일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국이 피해 사실 확인에 소극적이고 피해자 구제는커녕 성매매,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을 문제 삼아 추방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미 정부의 지적과 권고가 모두 타당해 보이는 건 아니다. 일례로 한국 형법상 인신매매죄가 사람 매매로 좁게 규정돼 있다며 개정을 요청했지만, 약취 유인 감금 등 국제법상 인신매매에 속하는 행위는 죄목만 다를 뿐 이미 형법상 처벌 대상이다. 그럼에도 인신매매에 대한 사법당국의 이해와 민감성을 높이고 피해 예방 및 보호책을 강화하라는 권고 취지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외국인 강제노동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를 속히 해소하는 것은 향후 이민·이주 확대 정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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